유동성 증시로…‘머니 무브’ 재현되나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2007년 말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급격히 쏠리던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2일 대표적인 단기 부동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지난달 4조4399억 원이 빠져나가면서 월간 기준으로 6개월 만에 순유출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MMF의 설정액은 1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은행 예금도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은행과 농협 등 7개 은행의 총수신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838조1492억 원으로 2월 말보다 11조2611억 원(1.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성 자금과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돈이 증시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의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말 현재 12조9422억 원으로 2월 말보다 2조6407억 원(25.6%)이나 급증했다.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흐름도 증시로의 자금 쏠림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안전자산인 MMF와 은행에 머물던 돈이 증시로 몰리는 것은 국공채와 예금의 금리는 인하되는 반면에 증시는 저점을 찍고 상승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증시에 유동성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만큼 경기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판단할 수 있는 산업 지표의 상승세가 나타나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 무브 현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고금리 금융채 발행에 나서면 시장 금리와 연계된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일부 있다. 그러나 위험 자산으로의 본격적인 자금이동이 시작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노형식 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성 예금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쫓아 증시로 몰리는 경향은 있지만 증시가 아직 바닥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 힘든 데다 한 달 사이에 은행 총수신이 감소한 것을 두고 추세적인 머니 무브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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