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발효 5주년… 경제적 효과 얼마나 거뒀나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교역 4.5배 증가 ‘윈-윈’

中-日등 추격전에 ‘주춤’

효과는 컸다. 그러나 기대에는 못 미쳤다.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 달 1일로 5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71억5800만 달러(약 9조6000억 원)로 2003년 15억7500만 달러에 비해 약 4.5배 증가했다.

교역규모 대비 무역수지 수준도 양호해 양국은 FTA 체결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윈-윈’ 효과를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칠레가 한국에 이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과 잇달아 FTA를 체결하면서 한-칠레 FTA 약효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 양국 간 교역규모 급증

KOTRA가 26일 발간한 ‘한-칠레 FTA 5주년 성과와 시사점’이라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칠레 FTA 발효 이후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의 5번째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2008년 말 현재 한국산 철강과 보일러는 칠레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한국의 주요 칠레 10대 수출품목 모두 현지수입시장 점유율 6위 이내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송원근 연구위원은 “한-칠레 FTA는 한국이 처음으로 체결한 FTA로 시장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상호보완적인 양국 산업특성을 강화해 상생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칠레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정보기술(IT) 제품을 비롯한 공산품의 수출을 크게 늘렸다. 2003∼2008년 칠레에 대한 휴대전화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17%에 이른다. 구리, 아연 등의 전략광물을 칠레와의 FTA를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도 또 다른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당초 칠레를 교두보로 중남미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남미권 국가 중 한국이 FTA를 맺은 나라는 현재 칠레가 유일하다.

○ FTA 효과의 극대화 전략 필요

‘FTA 효과’를 두고 벌이는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칠레는 한국과의 FTA 체결 이후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태평양 4개국(일명 P4, 칠레도 포함됨)’으로 불리는 브루나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과도 FTA를 체결해 발효시켰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 칠레 수출 주력 품목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의 ‘칠레수입시장에서의 주요 경쟁국과의 점유율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때 칠레 수입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한국산 승용차(판매액 기준)는 지난해 그 자리를 일본에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자동세탁기를 비롯해 각종 철강제 제품, 폴리에스테르 등은 중국에, 의약품 및 합성수지 품목 등은 싱가포르 산에 잠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발 빠른 FTA 타결도 중요하지만 다른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협 통상연구실 고성은 연구원은 “경쟁국들보다 빨리 FTA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관세 양허 수준이나 즉시 철폐 비율을 어떻게 선정했느냐에 따라 시장 선점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 양허 수준과 즉시 철폐 비율도 전략적으로 설정해 시장 선점 효과를 최대한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혁종 KOTRA 구미 팀장은 “FTA 체결 이후 칠레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다른 제품의 인지도는 일본 등에 비해 뒤진다”면서 “차별화된 제품 출시 등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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