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디지談] KT 뒤늦게 인터넷전화 광고, 왜?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요즘 TV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KT의 인터넷전화 광고를 보면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KT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7년 전인 2002년입니다. 하지만 KT는 가입자를 적극적으로 모으지 않는 ‘디마케팅(demarketing)’을 해왔습니다. TV 광고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KT에 인터넷전화는 ‘위험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이 전화는 기존의 교환기식 유선전화(PSTN)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무료 서비스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기존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연간 4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KT가 앞장서서 인터넷전화를 등장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7년 동안 망설이는 사이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2002년 4조7000억 원에서 2008년 3조9800억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도 매월 10만 명 이상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창조적 파괴’의 저자인 리처드 포스터와 세라 캐플런은 이런 현상을 꼬집으며 기업의 창조적 파괴를 막는 첫 번째 요인으로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에 대한 두려움’을 들었습니다.

자기 잠식을 피하려다가는 자칫 시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창조적 파괴는 항상 새로운 경쟁자로부터 비롯됩니다.

KT의 경우엔 LG데이콤이 그 역할을 했습니다. 1990년대에 제2통신사업자로 탄생한 LG데이콤은 2002년 파워콤(현 LG파워콤)을 인수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합니다.

LG데이콤은 2005년 초 시내전화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2006년경부터 LG파워콤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늘렸습니다. 이렇게 사업기반을 다진 LG데이콤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1년 사이 가입자를 132만 명이나 모았습니다. 결국 1위 사업자인 KT는 스스로 기존의 전화 대신 인터넷전화 사업에 나서는 창조적 파괴를 단행하게 됐죠.

기술의 진화가 빠른 정보기술(IT) 시장에서는 이런 창조적 파괴가 잦습니다.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가 무너지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혁신이 이어지고 기업들의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이익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흥겨운 멜로디의 KT 인터넷전화 CM송이 기자에게 더욱 흥겹게 들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