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계기준 조기도입…부채비율 확 줄었네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국제 회계기준 조기도입… 기업 자산재평가 해보니

《GS칼텍스 대한항공 ㈜효성 등 대기업들이 건물, 토지 등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다시 평가받는 ‘유형자산 재평가’에 잇달아 나서면서 대규모 평가차익과 부채비율 하락이라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알부자’ 기업들의 실속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자산재평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악화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자산재평가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국제회계기준(IFRS)을 올해부터 조기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

오른 부동산값 반영 자산 증가

주가는 일시적 상승후 제자리

증시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장부상의 개선으로 자금조달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겠지만 기업의 실체는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제가 안정되면 자산재평가의 위력이 새삼 빛을 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재무제표 현실화” 기업들 반색

유형자산재평가는 2008년 12월 31일이 속하는 회계연도부터 실시할 수 있다. 3월 말까지 2008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내야 하는 12월 결산법인 중 상당수는 지난달 집중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IFRS는 2011년부터 의무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자산재평가를 할지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GS칼텍스는 자산재평가 결과 자산이 1조156억 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84%로 나타나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30%포인트 줄었다. 대한항공도 자산재평가에 따른 평가차익이 7239억 원이나 돼 500%대였던 부채비율이 462%로 감소했다.

㈜효성(평가차익 8674억 원)은 부채비율이 179%에서 148%로 줄었다. CJ제일제당(7300억 원)은 부채비율이 211%에서 136%로 75%포인트나 감소했으며 동부하이텍(2868 억 원)의 부채비율은 97%포인트(389%→292%) 낮아졌다.

기업들의 자산재평가 차익이 커진 것은 지난 10년간 오른 부동산 가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산재평가법을 도입해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자산을 재평가했다.

기업들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제표가 현실에 맞게 조정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기업의 정확한 현황이 반영됐다며 반기기도 했다. ㈜효성 이정원 홍보팀 부장은 “재무제표상 왜곡이 많이 줄어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 반응은 냉정

자산재평가로 인해 주가는 일시적으로 올랐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대우자동차판매가 5일 자산재평가로 8158억 원의 평가차익이 났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그러나 다음 날 곧바로 11.25%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도 자산재평가 내용을 공시한 2월 23일(2.68%)과 24일(2.61%) 주가가 상승했지만, 25일(―1.98%)과 26일(―2.88%)은 하락했다. 동부하이텍 역시 공시 다음날부터 사흘간 주가가 올랐지만 그 뒤 큰 폭으로 내렸다.

한편 자산재평가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은 서둘러 자산재평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자산재평가를 했다는 것 자체가 기업에 플러스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상황이 안정되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 금융권이 대출을 해 줄 때 재무제표 외의 요소를 더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경제가 안정되면 재무제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어 자산 증가가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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