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찾는 ‘남대문 아동복’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17일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내 마마아동복 상가. 백화점 매장 못지않게 환한 조명과 쾌적해진 쇼핑 공간이 눈에 띈다. 이날 서울 도심을 뒤덮은 황사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위해 봄옷을 장만하러 온 주부들로 상가 이곳저곳이 붐볐다. 정효진  기자
17일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내 마마아동복 상가. 백화점 매장 못지않게 환한 조명과 쾌적해진 쇼핑 공간이 눈에 띈다. 이날 서울 도심을 뒤덮은 황사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위해 봄옷을 장만하러 온 주부들로 상가 이곳저곳이 붐볐다. 정효진 기자
매주 신상품-다품종 소량 생산… 도매시장 90% 점유

“아직 남대문 죽지 않았어요. 20대 젊은 엄마들도 ‘부르뎅’ 하면 다 알아요.”

17일 찾은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 시장 내 부르뎅 아동복 상가에서 ‘쏠트’ 매장을 운영하는 유명자 씨(35·여)는 “요즘도 부르뎅 상표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도매상까지 발길

1980년대 남대문 아동복 시장은 ‘꽃 중의 꽃’이었다. ‘부르뎅’, ‘크레용’, ‘포키’, ‘마마’, ‘포핀스’, ‘서울원아동복’ 등 지금 30, 40대에게는 익숙한 브랜드들이 모두 이때 탄생했다. 이들 브랜드는 상가 명칭이기도 하지만 상가에 입점한 옷 가게들이 함께 쓰는 통합 브랜드다.

이렇다 할 아동 전문 의류 브랜드가 없었던 시절 ‘남대문표’ 아동복은 백화점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인기였다. 1990년대 들어 해외에서 라이선스를 들여온 고급 아동 브랜드가 나오고 1998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남대문표 아동복 시장은 그 규모가 축소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남대문 아동복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 불황에 국내 의류업계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지만 남대문 아동복 시장만큼은 예외다. 국내 아동복 도매 시장의 90%를 남대문 아동복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대만 홍콩은 물론, 러시아 도매상까지 남대문 아동복 시장을 찾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다.

○한국형 SPA로 활로 찾아

2000년대 중반.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재기에 나선 남대문 아동복 브랜드들이 선택한 길은 바로 한국형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모델. SPA란 의류회사가 생산부터 소매유통까지 직접 맡는 비즈니스 모델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패션시장을 주름잡는 브랜드인 ‘자라’와 ‘유니클로’ 등도 SPA다.

이에 따라 남대문 아동복 브랜드들은 신진 디자이너를 영입해 계절이 바뀔 때나 나오던 ‘신상(신상품의 줄임말)’도 매주 선보였다. 그 대신 과거처럼 한 디자인을 1000∼2000장씩 만들지 않고 한 디자인의 수량을 100장 안팎으로 줄였다. 그 덕분에 재고 부담은 줄었고 판매량은 급증했다.

불황 속 저렴한 가격도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결정적 요소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맡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

현재 남대문 상가에서 파는 티셔츠는 보통 5000∼1만 원 선, 레깅스는 3000∼7000원이 대부분이다. 재킷이나 점퍼도 1만∼2만 원이면 살 수 있다.

남대문 아동복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점도 백화점으로 향하던 20, 30대 젊은 엄마들의 발길을 돌렸다. 중국발(發) 멜라민 파동으로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된 백화점 아동 의류보다 국산 시장 옷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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