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상생? 대기업 생존위한 상생!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전담조직 확대 협력사 경영 등 체질개선까지 지원

“생산성-품질 향상 통해 원가절감 등 자사 경쟁력 높여 윈윈”

지금까지 대기업의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상생(相生)지원활동은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원 분야도 제한적이고 내용 또한 단편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모델 구축을 사활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아예 협력사의 체질을 뜯어 고침으로써 원가 절감이나 적기 납품 등의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 상생의 마술

LG디스플레이(LGD)는 지난해 7월 기술전문가 14명을 백라이트 램프 납품업체인 우리ETI에 파견했다. 이들이 우리ETI 인력 11명과 함께 꾸린 ‘생산성 향상 태스크포스(TF)’는 즉각 생산 공정 분석에 들어갔다.

램프 생산 과정에서의 로봇 동작을 면밀하게 분석해 불필요한 공정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로봇의 대기 시간도 대폭 줄였다. 램프 양끝에 전극을 부착하는 공정을 개당 2.5초에서 2.0초로 20% 단축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개선작업으로 하루 램프 생산량은 70만 대에서 90만 대로 껑충 뛰었다. 완제품의 품질 합격률도 97%대에서 99%대로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ETI의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25% 향상됐고, 영업이익도 73% 늘었다.

LGD로서도 부품의 품질향상과 적정 납품단가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남는 장사’였다.

LGD의 상생전담 조직(2007년 6월 신설)의 활약이 본격화한 지난해 이 회사 백라이트 협력사들의 1인당 생산성은 평균 54% 높아졌고, 유리기판 분야에서도 신제품 개발에서 납품까지의 기간이 기존 64일에서 32일로 줄었다.

LGD는 올해 이 조직의 역할 범위를 생산성과 품질향상 이외에 인사, 기획, 관리, 정보기술(IT)시스템 등 경영전반으로 확대키로 했다. 공동프로젝트 진행 대상도 지난해 16개 협력사에서 올해 27개사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조직 규모도 출범 당시는 1개 팀 15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개 팀 60명에 이른다.

LGD 상생지원담당인 이한상 상무는 “어려운 때일수록 일회적이거나 형식적 지원보다는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원프로그램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담조직 잇달아 설치

삼성전자는 6일 상생협력실 산하에 임원급 10명으로 구성된 ‘협력사 경영컨설팅단’을 발족했다. 1월 대대적인 조직개편 당시 10% 이상의 임원을 내보낸 것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조직에 임원 10명을 배치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다.

경영컨설팅단은 현재 삼성전자 협력업체모임인 ‘협성회’와 함께 구체적인 컨설팅 종목을 논의하고 있다. 컨설팅을 직접 요청해 온 회사에 대해서는 기초 방문조사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현직 임원이 협력사의 전문적인 경영 자문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라며 “조직원이 모두 임원급이기 때문에 상생협력실이나 각 사업부에 필요 인력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경기 평택시 생산성연구원 내에 MCP(Manufacturing Capability Pipeline)라는 협력사 생산성향상 전담 조직을 꾸렸다. 생산성연구원장인 이상봉 부사장은 “LG전자가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의 80%가 협력사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본보 2월 21일자 B4면 참조 “협력사에서 부가가치 80% 나와… 지원 전담조직 만들어 어깨동무”

LG전자 측은 “MCP는 현재 5개 사업본부를 통해 주요 협력사와 접촉 중이고, 이달 말까지 협력회사가 필요한 지원부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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