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업담당 영업맨, 고객사 금고 여는 비결은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그래픽 서장원 기자
그래픽 서장원 기자
중역급 만나 회사문제 자극하며 설득하라

고객사가 모르는 문제점 지적하고

도발적 메시지로 해결책 제시하길

고객방문 앞서 모의미팅도 효과적

머리만 숙이는 기존 방식은 버려야

“불황이라고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지 말라. 오히려 도발적 메시지로 이들을 자극하라.”

경제 위기로 ‘영업맨’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고객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등 자극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전략 컨설팅사 TCG 어드바이저의 필립 레이 이사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3월호)에 실은 기사에서 불황일수록 도발적 관점으로 고객사를 자극하라고 제안했다.

고객사가 알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먼저 지적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간 거래(B2B) 영업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이 글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9호(3월 15일자)에 실려 있다.



○ 고객을 자극해야 성과 높아진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영업맨들은 고객들로부터 “돈이 없다”, “윗선에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따라서 고객들을 만나면 자꾸 고개가 숙여지고 그들에게 애원하게 된다. 하지만 굽실거리는 태도로는 결코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게 레이 이사의 지적이다. 이른바 ‘자극을 이용한 판매기법(provocation-based selling)’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졌을 때 무선통신회사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한 IT업체는 판로를 뚫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 회사 영업직원들은 고객을 찾아다니며 애원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선통신회사들이 가입자당 평균 매출 하락으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자체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고객을 불편하게 했다.

“귀사가 다른 업체들처럼 부가서비스를 무분별하게 내놓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뿐입니다. 1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귀사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할 것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저희와 함께 2주간 진단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요?”

이러한 도발적인 메시지는 주효했다. 이 회사는 불황에도 고객사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 “큰 손실 볼 수도” 도발적 메시지 던져라

연구팀은 “자극을 이용한 판매기법이 효과를 보려면 영업 담당자가 고객사의 실무자보다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중역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자극을 받은 고객사의 중역은 이미 할당된 예산을 넘어 추가 예산을 책정해서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달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극을 이용한 판매기법이 효과를 내려면 영업 담당자들이 3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고객사가 돈을 쓸 만큼 심각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발견해 믿을 만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그 문제에 대한 창의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당신은 X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Y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고객사를 자극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충분한 연습을 거쳐 고객사의 의사결정권자인 중역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 중역이 현 상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려면 “귀사가 현재 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연간 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근거를 내놔야 한다.

○ 진단조사를 통해 자사의 능력을 입증하라

연구팀은 자극을 이용한 판매기법으로 데이터 관리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사이베이스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사이베이스는 고객사인 금융회사들이 운영비를 대폭 줄이자 지난해 봄 이 방법을 썼다.

사이베이스 영업팀은 금융회사 관리자들이 통합적으로 위험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상업대출, 자산투자상품, 파생상품 등의 위험을 별도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산담보부증권이나 기타 파생상품 등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리스크를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사이베이스 영업팀은 고객사들에 주장했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사이베이스는 ‘통합 리스크 관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 도구를 판매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이베이스는 고객사의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로 인해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개발했다”며 “이어 그 문제를 자사가 제공하는 솔루션과 연관지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관심을 보인다면, 고객사의 문제를 좀 더 깊이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단조사를 제안하라고 이 연구팀은 조언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핵심 인력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고, 고객사의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고객도 진단조사를 가치 있게 느끼는 만큼 고객사에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진단조사를 바탕으로 자사가 제시한 해결책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설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판매기법은 자원 집약적 방법이어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사용하기는 어렵다”며 “사업 규모가 클 때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특히 영업팀이 고객사를 만나기 전에 회사 연구는 물론 고객사와 영업팀의 역할을 나눠 사전에 모의 미팅을 해보는 식으로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화술’로써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고객기업의 문제 해결을 도울 충분한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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