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건설 법정관리 신청 파장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건설업계 “등급평가 방식 허점 노출”

주거래銀 “他은행 평가서도 ‘B’받아”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신창건설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이 9일 전해지자 건설업계는 부동산 불황에 따른 ‘건설업체 부도 도미노’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융권에서는 부실 건설업체를 가려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당국의 당초 다짐과 달리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엉성하게 이뤄진 방증이라는 비판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신창건설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내부 사정이 어수선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창건설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건설업계 불안감 확산

B등급을 받았던 중견 건설사들 가운데 일부는 신창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금융권에서 자금 지원을 하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는 상황을 가정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B등급을 받은 뒤 비상사태에 대비해 어떤 자산을 어떻게 매각할지 계획을 세웠다.

건설업계는 “금융회사들이 정부 방침과 달리 멀쩡한 건설사까지도 지원을 꺼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방치하다시피 해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창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건설업계 전체의 위기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는 반론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창건설은 회사 규모에 비해 지급보증금액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회사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중견 건설사들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신창건설처럼 내부 관리에 문제가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위험평가 제대로 됐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채권단이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건설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옥석(玉石) 가리기를 철저히 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주채권은행이 거래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금 사정에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높은 등급을 줬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비재무적 요소가 전체 평가 비중의 40%를 차지한 것이 결과적으로 허술한 평가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B등급을 받은 건설사 측은 “은행권의 평가 방식이 정교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건설사들이 많다”며 “신창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이런 불만이 단순히 인상비평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신창건설의 주거래은행인 농협은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했으며 다른 은행도 B를 줬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신용평가를 하고 난 뒤 신창건설이 200억 원의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며 “채권단이 대출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신창건설 측이 상의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채권단도 6일에야 법원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 신창 “예상못한 문제로 유동성에 위기”

신창건설 측은 “매각하려던 자산이 있었지만 최종 계약 단계에서 성사되지 않았고 제2금융권에서 지급 보증을 섰던 320억 원을 상환하라고 요구하는 등 B등급을 받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해 단기 유동성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점검 결과 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신창건설이 평가 자료를 채권단에 허위로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신창건설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8000억 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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