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현금서비스 6년만에 증가세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가계건전성 악화… 금융-기업 부실화 ‘도화선’ 우려

카드업만을 하는 5개 전업 신용카드사 가입자들이 지난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형태로 빌린 대출 규모가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가계대출자 중 채무불이행자의 비율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부실이 ‘금융권의 건전성 훼손→대출 감소→기업 자금난 초래→경제위기 심화’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불안한 카드시장

금융감독원이 1일 내놓은 ‘신용카드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씨 신한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 5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6557억 원으로 2007년보다 9530억 원(36.5%) 감소했다. 자금시장 불안으로 조달비용이 늘면서 카드사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1년 전보다 2797억 원 많아지는 등 영업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빴기 때문이다.

수익성 감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고금리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현금대출 형태로 나간 대출금이 지난해 말 기준 107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6조1000억 원이나 많아져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진 점이다. 연간 기준 카드사의 현금대출 총액이 늘어난 것은 이른바 ‘카드대란’이 일어나기 직전 해인 2002년(107조9000억 원으로 증가) 이후 처음이다.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면서 카드대출채권 규모는 다소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말 기준 전업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3.43%로 작년 9월 말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한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책임자는 “연체율이 약간 오른 것이어서 심각해 보이진 않지만 카드 부문의 연체율은 은행 연체율과 달리 시장이 악화될 때 급속도로 치솟는 경향이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 점을 감안해 “카드업계가 비상 상황에 빠질 때를 대비한 위기관리계획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대출 못 갚는 사람 다시 늘어

가계대출을 받은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2007년 말 대출받은 사람 대비 2008년 한 해 동안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의 비율인 가계대출 부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3.86%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부도율은 2007년 말보다 0.3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본인의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대출을 갚지 못한 사람 10명 중 5.4명은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10등급이어서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 재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신정은 “가계 경제가 부실해지면 전체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한 계층의 부도율이 높아지지 않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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