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제약업, 방법은 달라도 목표는 ‘세계시장 공략’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완제품 수출·현지법인·원료수출 등 업체마다 다른 전략… 연평균 16% 성장

《1960년대 동남아시아 인삼 제제(製劑) 수출로 시작했던 국내 제약업계의 해외 수출이 최근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2003년 8억9400만 달러 규모였던 한국의 의약품 수출 규모는 4년이 지난 2007년 14억6700만 달러로 늘었다. 4년 동안 연평균 16% 성장한 셈이다. 의약품 수출 신장의 이면에는 ‘성장과 생존’이라는 절박한 과제가 숨어 있다. 국내 제약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제약 회사들이 해외에서 차기 성장 전략을 찾고 있다. 회사마다 해외 진출 방법도 다양해 완제품 수출에서부터 해외 현지 공장 설립, 원료 수출 매진 등 각양각색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 토종 브랜드 세계를 노리다

업계 1위 동아제약은 토종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노크하는 ‘완제품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제약은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제3세계 지역에 우선 진출하는 ‘소(小)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소글로벌화 전략은 당장 진출이 가능한 중진국 시장 위주로 해외 진출에 나선 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원료 수출 대신 자체 브랜드 제품 수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올해 2월 현재 전 세계 30개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해 누적 계약액이 3억 달러(약 453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신약 수출액 중 최대 규모다.

동아제약은 이외에도 국내 최초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 전문의약품 ‘고나도핀’ 등 자체 브랜드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미 해외시장을 장악한 한국 제약 브랜드도 있다. 보령제약의 제산제(制酸劑)인 ‘겔포스’가 대표적이다.

겔포스는 2001년부터 중국 제산제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 대만에서는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다른 회사 제품의 시장 진입이 힘들 정도다.

보령제약 측은 “한국과 음식 문화가 비슷한 이들 지역은 한국에서 효과가 검증된 겔포스가 진출하기 비교적 쉽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겔포스의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시장 진출 “현지화로 OK”

한미약품은 현지 법인 설립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는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전략지역에 법인과 공장을 세워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의 해외 진출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1996년 중국 베이징(北京)에 설립한 북경한미약품. 북경한미약품은 2008년 전년에 비해 34.3% 늘어난 3억6000만 위안(약 53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30% 안팎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경한미약품의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은 40%에 육박할 정도다.

한미약품 측은 “현재 북경한미약품은 어린이용 정장제인 ‘마미아이’와 감기약 ‘이탄징’이 각각 매출의 61%와 22%를 차지하는 등 어린이 제품 위주”라며 “앞으로 중국에서 영업사원을 매년 100명씩 충원하는 등 중국 성인 의약품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일본 제약사와의 연구 협력을 위한 일본한미약품, 완제의약품 수출을 위한 유럽한미약품 등의 해외 법인을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설치했다.

녹십자 역시 현지 법인을 통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녹십자는 1995년 ‘그린크로스 차이나’란 중국 법인을 중국 안후이(安徽) 성 화이난(淮南)에 설립했다. 중국에서 생산한 녹십자 제품은 중국 현지 납품은 물론 제3국에도 수출되는 등 녹십자 해외 전략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 전통적인 ‘원료 수출’도 문제없어

유한양행은 한국 제약업계의 전통적인 수출 방식이었던 ‘제약 원료 수출’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인 의약품 생산대행기업(CMO)으로 성장한다면 향후 신약 수출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 유한양행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2003년부터 미국에 에이즈치료제 원료인 ‘FTC’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당뇨치료제 원료인 ‘보글리보스’를 신약 개발국인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2007년 2월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미국 와이어스에 7년간 1400억 원의 페니실린 항생제 원료의약품 수출계약을 체결해 국제적인 원료의약품 업체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원료 수출에 집중한 결과 유한양행의 해외 수출은 2003년 1790만 달러에서 2008년 8000만 달러까지 최근 5년간 4배 이상 성장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