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 연구진 세계 최고…산학협동 연결 고리 아쉬워”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한국MSD ‘과학 교류 대사’ 김규찬 박사

“한국 바이오·제약 연구진의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계의 연구를 산업에 연결시킬 ‘고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MSD에서 ‘과학 교류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규찬 박사(59·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과학대사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사가 영국 스위스 일본 등 주요 제약 강국의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각국에 파견한 사람을 뜻한다.

머크는 전 세계 15명에게 과학대사 칭호를 줬다. 김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2007년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전담하는 과학대사에 임명됐다.

김 박사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산학협동’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소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와도 상품화가 안 된다면 의미가 없다”며 “한국은 사장(死藏)되는 연구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과학대사의 일에는 바이오 벤처 기술에 머크의 ‘신약 개발 노하우’를 적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김 박사는 “신약개발에는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과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 일반 연구소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자금력과 기술이 뛰어난 머크에서 독창적인 한국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신약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만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세계적인 신약인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은 호주의 작은 벤처회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이 벤처회사는 머크와 손잡고 제품을 공동 발매했습니다. 머크를 ‘활용’한 셈이지요. 한국에서도 좋은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머크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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