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철저한 현지화전략” 은행권 “길게보고 투자”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현지은행 인수합병… 해외영업망 확대… ‘알짜’ 골라 시장 개척

지난 수년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국내 은행들도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 침체로 해외 진출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은행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을 대비해 공격적인 해외진출 계획은 유보하고 좀 더 알짜 위주의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는 것.

국민은행은 중국 남아시아 러시아를 잇는 KB트라이앵글(삼각) 네트워크 구축을 해외진출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국민은행의 해외 진출은 현지은행의 인수합병(M&A)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국 법률상 M&A가 어렵거나 매물이 없으면 일부 지분투자 또는 지점, 현지법인, 사무소 설립 등을 통해 먼저 진출한 뒤 여건이 좋아지면 M&A를 추진하기 위해 준비할 방침이다.

잘 갖춰진 영업망을 한번에 확보하는데 M&A가 가장 효율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또 차질 없는 기술이전과 신속한 노하우 전파를 위해서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 인력을 사전에 양성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월말 현재 총 11개국에 41개 해외영업망을 갖고 있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선별적으로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올해 1분기(1∼3월) 중 캐나다 현지법인 개점이 예정돼 있으며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현지법인과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이미 진출한 일본과 베트남의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과거의 글로벌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글로벌 진출이 신한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해야만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2개 국가에 43개 해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에는 중국 톈진 등 현지 영업망 4곳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국외사무소 3곳을 새로 열 계획.

우리은행 측은 “지역별 리스크를 감안해 보수적인 진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수익성 성장성 전략성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진출 시기는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미국 일본 중국 등 12곳에 해외사무소를 갖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개설하며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국외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영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신흥성장국 중 사회·문화적으로 한국과 공통점이 많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동남아에서 기업은행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역량과 리스크 관리 능력, 기업금융 노하우 등의 장점을 발휘해 ‘아시아 초우량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지점 신설뿐 아니라 현지은행 인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중국 현지법인인 ‘중국 하나은행’에 해외진출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하나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계은행의 외자은행에 대한 자금 공급 중단이라는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총자산 18억4900만 달러, 예수금 8억6900만 달러, 당기순이익 1130만 달러 등을 달성했다. 연초 대비 총자산은 50% 늘어났고 예수금은 662%가 늘어났다.

최종석 중국하나은행장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하나은행은 현지인을 주요 임원으로 채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9개의 지점 및 사무소, 출장소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비절감 등을 위해 올해 해외진출 전략을 수정했다.

해외 점포 신설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은 홍콩 투자은행(IB) 현지법인 설립은 4월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홍콩 IB 현지법인을 통해 중국 및 동남아 지역 IB업무를 통해 수익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및 현지 기업들의 기업금융 서비스를 위해 톈진에 본사를 둔 현지법인 설립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이미 현지금융 당국에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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