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지난10년 ‘불황 민감型’으로 변화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제일기획 “실질소득-소비눈높이 괴리… 고무줄식 씀씀이 보여”

소비자들이 외환위기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경기 상황에 실제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황 민감성 체질’로 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일기획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상품 구매 및 이용 행태 변화를 분석한 ‘1998∼2008 대한민국 소비자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제일기획이 매년 실시하는 전국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일기획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은 외환위기와 함께 심화되는 경제·사회적 불안 및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실질소득과 희망소득의 심리적 격차가 벌어져 지표상의 경기 부침보다 더 심각하게 경기에 반응하는 ‘불황 민감성 체질’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가 급변하는 ‘고무줄식 소비 성향’을 보였다.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 낭비는 필요하다’는 항목에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는 40%의 소비자만이 ‘정말 그렇다’ 또는 ‘그런 편이다’의 긍정적인 대답을 했으나,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2004년에는 52%의 소비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다시 47%로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이 ‘불황 민감성 체질’로 변한 원인으로 △높아진 소비 눈높이 △자기계발비 및 사교육비 증대 △돈에 대한 관심 증폭 등이 꼽혔다.

지난 10여 년간 불어온 참살이(웰빙) 바람과 쏟아지는 고급 제품으로 한국인의 ‘소비 눈높이’가 올라갔다. ‘최근 1년 사이에 메이커 고추장을 구입했다’는 대답은 1998년 25%에서 지난해 53%까지 높아졌다. 또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평생직장’의 개념은 자기계발비와 사교육비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량 실직, 청년실업, 카드대란,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을 겪으면서 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결국 쓸 곳은 많아지는데 실질소득과 심리적 소비의 격차가 늘어나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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