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돈 가뭄” 추가 금리인하 폭 고민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12일 금통위 열려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추가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은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효과가 없는 상황, 즉 한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2.50%까지 낮추고 시중에 돈을 계속 풀고 있지만 이 돈은 단기자금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기존 5.25%에서 2.50%까지 낮췄다. 또 시중에 외화 279억2000만 달러, 원화 22조7000억 원 등 모두 60조6000억 원을 풀었다.

하지만 풀려나간 돈은 금융권의 단기금융상품에 500조 원가량이 몰릴 정도로 안전자산에만 집중되고 있어 ‘돈맥경화’는 오히려 심해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금리 인하 폭을 놓고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인하 폭이 0.5%포인트냐, 0.25%포인트냐로 압축된 상태. 한은 고위 관계자는 “11일 한은이 금통위에 보고할 ‘경제 상황보고’가 금리 인하 폭을 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의 고민을 ‘구성의 오류’라는 말로 압축해서 설명했다. 한은이 돈을 무한정 풀어도 시중은행의 처지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기업이나 가계대출보다 단기자금시장이나 한은에 재예치하는 것이 이익이지만 모든 금융기관이 이렇게 할 경우 전체 경제에는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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