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빅12’ 모두 마이너스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선박 20% 늘었지만 3, 4년전 수주물량

올해 1월 수출이 사상 최대 폭(―32.8%)으로 하락한 이유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1차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거기에 설날 연휴가 있어서 조업일수가 2.5일 줄어든 것도 사상 최대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수출 상대국인 중국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국가들이 대외 수입을 지난해 11월부터 전년 같은 달 대비 11.1∼44.1%씩 줄이고 있다. 수출 상대국이 잔뜩 움츠려 수입을 줄이다 보니 국내 기업의 수출 길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13대 품목을 보면 선박만 수출이 20% 늘었다. 나머지 철강, 자동차, 컴퓨터, 가전 등 주요 제품들의 수출은 19∼65% 줄었다.

선박 수출이 늘어난 것은 수주가 늘어서가 아니다. 선박의 수주와 인도에는 3, 4년의 격차가 있다. 3, 4년 전에 수주 받은 물건을 지난달에 수출했을 뿐이다.

지난해 1∼11월 중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선박 수출이 늘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달 1∼20일 지역별 수출액도 대부분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특히 유럽연합(EU·―46.9%), 중남미(―36.0%), 중국(―32.2%)의 수출 감소 폭이 컸다.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21.5% 줄었다.

수출이 늘어난 지역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오세아니아(39.0%)밖에 없다. “오세아니아에 대한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수출이 100% 이상 늘면서 수출 증가율을 끌어올렸다”며 “오세아니아가 주변 국가이다 보니 세계 경제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입 증가율(―32.1%)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유(―46%), 석유제품(―64%), 석탄(62%), 가스(51%) 등 원자재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줄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와 이를 가공 수출하는 한국 무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원자재 수입 감소는 향후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최소 1분기(1∼3월)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4∼6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수출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내수 침체를 반전시켜 경기회복을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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