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플랜트 너마저”… 수주 급감 리스크 관리 비상

  • 입력 2009년 1월 28일 03시 01분


A사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인도에서 약 10억 달러 규모의 정유 플랜트 시설을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인도의 발주처로부터 공사금액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발주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경기가 풀렸을 때 인도에서 생길 물량을 계속 확보하려면 발주처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사업 중 약 60%를 차지할 만큼 효자 노릇을 해온 해외 플랜트 건설에 비상이 걸렸다. 수주물량이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데다 발주처들이 ‘공사금액 인하’ 공세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공사금액 낮추기 확산 우려

5대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B사는 A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중동 이외 지역의 플랜트 발주처 중 일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올해는 정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공사비를 깎아주기 어렵지만 경기 회복 이후를 생각하면 발주처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하 요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주 발주처인 산유국 정부와 석유 관련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유가 하락 겹쳐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1∼10월에는 9월을 빼고 월 10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 12월 수주 물량은 각각 3억2319만 달러와 1억9972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도 현재까지 1억3027만 달러에 머물고 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에 참가 중인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해외 플랜트 사업 중 발주가 지연되고 있는 사업은 총 7개. 플랜트산업협회는 발주 지연이 모두 경제위기로 인한 발주처의 자금 사정 악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지역1실장은 “중동과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취약한 구조인 데다 유가 하락까지 겹쳐 이들 지역의 플랜트 건설은 더욱 줄어들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해외 리스크 관리 기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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