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만 판매” 한정판 음식 인기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한시판매 스테이크 커피 술 유제품 매출 쑥… “얄팍한 상술”지적도

“올해 30주년이래” “기념할 이벤트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혹시… 30주년 한정 햄버거는 어떨까?”

국내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 마케팅팀에서 일어난 ‘브레인스토밍(난상토론)’의 한 장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이 업체는 얼마 전 기념 이벤트 회의를 벌였고 그중 하나로 ‘30주년 한정 햄버거’를 상반기에 내놓자고 결론지었다. 패션이나 자동차 등 고가(高價)제품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마케팅이 최근 식음료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가방이나 구두처럼 소장할 수 없어도 특정 기간에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을 강조해 판매를 늘리려는 전략인 셈.

○명품 가방 부럽지 않은 한정판 메뉴

한정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대표적 업체는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지난해 이 레스토랑이 처음 선보인 ‘에스프레소 립 아이 스테이크’는 스테이크에 에스프레소를 얹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두 달 만에 6만 세트나 팔렸다. 이 여세를 몰아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는 현재 ‘갈릭 립 아이 스테이크’를 비롯해 한정 메뉴 4종류를 2월까지만 판매할 예정이다.

이정일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마케팅부 이사는 “두 달마다 한 번씩 메뉴를 바꾸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판=대박’의 공식을 직감한 것은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 14일 품절된 스타벅스의 포장 원두 상품 ‘블랙 에이프런’은 대표적인 한정 시리즈. 이 제품은 에티오피아, 케냐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커피 농가에서 직접 수확한 원두. 한정 마케팅 탓에 지역이 겹치지 않고 똑같은 지역 원두는 두 번 다시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4000개 한정판을 내놓자마자 한두 달 안에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음식 명품화’ vs ‘눈 가리고 아웅’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유방건강재단과 함께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빙그레는 겉 케이스에 핑크리본(여성의 아름다움과 건강을 상징)을 넣은 ‘요플레 핑크리본 에디션’을 400만 개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같은 가격에 포장만 달리 했지만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0%나 늘었다.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배상면주가는 해당 계절에만 마실 수 있는 ‘세시주(歲時酒)’ 4종을 내놓고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평균 가격(2000∼3000원)보다 높은 1만1000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일각에서는 한정판 마케팅이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한정판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의 희소가치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식음료업계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유인하려는 상술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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