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대신 일자리 나누는 기업 는다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전환배치 - 무급휴가 - 임금피크제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에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하이닉스반도체는 200mm 웨이퍼 생산라인 4개를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1000여 명의 유휴 인력이 생겼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이들을 해고하는 대신 300mm 웨이퍼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하이닉스 노사는 지난달 임원 임금을 10∼30% 삭감하고 직원들은 복지 혜택을 반납하고 일정 기간 무급 휴가를 가는 경비절감 방안에도 합의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지난 뒤 직원을 다시 뽑아 훈련을 시키려면 더 큰 돈이 든다”며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데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대신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회사로서는 숙련된 직원을 확보하면서 조직의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직원들로서는 임금은 줄어도 일자리를 보장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인력 감축이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학습효과’도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유한킴벌리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자 근무 조와 형태를 바꿔 직원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유지했다. 이 방식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직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게 됐으며 공장 가동 일수가 많아지면서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일정 연령이 된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도 일자리 나누기의 한 방법.

하나투어는 만 50세 이상 직원은 주 4일을 근무하면서 임금을 80%만 받고, 55세 이상은 주3일 일하는 대신 임금은 60%만 받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년퇴직을 5년 앞둔 직원에 대해서는 임금인상률을 낮게 잡거나 동결토록 하고 있다. 전에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승진할 자리가 없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제도 시행 뒤로는 이들을 정년까지 활용할 수 있어 회사로서도 이익이라고 대우조선 측은 설명했다.

여러 차례 불황을 겪으면서도 평생직장문화를 상당 부분 지켜온 일본의 경우 일자리 나누기 전통이 한국보다 훨씬 오래됐다.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타전기가 이미 1929년 세계 대공황 중에 재고가 쌓이자 생산을 반으로 줄이면서 직원 해고를 막은 사례가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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