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는데 증권 분석가들은 ‘기아차 편애’ 왜?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3분


기아차 ‘씨드 ISG’ 유럽 출시 기아자동차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장착해 연료소비효율을 향상시킨 ‘씨드 ISG’를 유럽 시장에 내놓았다고 14일 밝혔다. ISG 시스템은 자동차가 멈췄을 때 엔진 가동을 중지하고 출발할 때 순간적으로 다시 시동을 거는 기술이다. 연합뉴스
기아차 ‘씨드 ISG’ 유럽 출시 기아자동차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장착해 연료소비효율을 향상시킨 ‘씨드 ISG’를 유럽 시장에 내놓았다고 14일 밝혔다. ISG 시스템은 자동차가 멈췄을 때 엔진 가동을 중지하고 출발할 때 순간적으로 다시 시동을 거는 기술이다. 연합뉴스
“불황 대비 공격적 투자… 미래 밝다”

《상장사들의 실적 공포로 증시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증권사 분석가(애널리스트)들은 유독 기아자동차에 대해서는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요즘 이들이 내놓는 추천 포트폴리오 종목에도 기아차는 ‘단골손님’이다.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기아차는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13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09년 영업이익 6057억 원, 순이익 5303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4%, 17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자동차회사 ‘빅3’가 침몰 위기에 빠지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70년 만의 적자가 우려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전망치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신차 수요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하는 등 대공황 이후 최대 불황에 빠져 있다.》

○불황에 대비한 투자

기아차가 호평을 받는 이유로 증권사들은 오래전부터 불황에 대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점을 꼽는다.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아차는 최근 몇 년간 원화강세 및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및 중국 미국 등지에서 공장 건설에 나서며 해외 생산능력을 키웠다. 특히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상품 혁신에도 공을 들여 ‘기아차가 디자인 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국내외에서 듣고 있다. 호황기에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에만 집중하며 신규 투자를 소홀히 한 미국의 자동차업체들과 대조가 되는 대목이다.

기아차는 지난해에만 4종(모하비,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의 신차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모닝’까지 합치면 모두 중·소형 또는 경차로 불황기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어필하는 차종들이다. 기아차는 올해도 추가로 4종의 신차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영증권은 5일 “현재의 라인업에 올해도 신차가 계속 추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내수 점유율이 기대된다”며 기아차를 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지난 한 해 기아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31만 대로 연간 점유율도 22.3%에서 27.4%로 증가했다.

UBS증권은 8일 보고서에서 “이미 세계 자동차에 대한 수요 감소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더는 시장이 악화될 여지가 없다”며 기아차에 대한 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조정했다.

○위기가 기회, 그러나 신중론도

기아차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경차 ‘모닝’이 히트를 친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엔 자동차 업계가 공포에 휩싸이면서 기아차에 대한 전망도 함께 나빠지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미국에서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기아차의 점유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 업체들이 엔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적지 않다. 기아차의 실적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얼마나 더 깊어질지에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가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에 도움을 줬지만 세계 수요 감소의 타격을 받아 이는 단기적 트렌드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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