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위기 2년이상 간다”

  • 입력 2008년 11월 28일 15시 23분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 주최로 28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강연회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정부의 현 위기대응 방식이 초동대응 미숙으로 남대문 화재의 초기 진화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진 오른쪽은 공동연사로 참석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연합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 주최로 28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강연회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정부의 현 위기대응 방식이 초동대응 미숙으로 남대문 화재의 초기 진화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진 오른쪽은 공동연사로 참석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연합
IMF때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기업, 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8일 현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관련해 "요즈음 사태 진행추이는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지체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면서 "정책수단의 강도에서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2원화된 감독조직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해 "자산 디플레이션과 기초수지의 악화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최소한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뒤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총리는 정부가 △건설회사와 주택금융 문제 △키코(통화옵션 파생상품) 문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문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환경 조성 등의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위기에 더욱 큰 고통을 겪는 서민생활의 안정지원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선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생활 안정대책과 시장안정 긴급지원을 위해 적기에 확실하고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SOC 투자대상 선정이나 투자 규모의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섰다가 재정적자만 늘고 경기 재생에 실패한 전례를 환기시켰다.

그는 △글로벌 기존질서 재편과정에서 새 정책의 과감한 도입이 가능한 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결코 작지 않은 내수가 있다는 점 △정부의 탄력적 지원이 가능한 점을 한국이 처한 유리한 조건으로 꼽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재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를 인용하면서 "명분과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현실적, 실용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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