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장 핸디캡 ‘셔틀 헬기’로 극복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삼성광주전자가 스피드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생활가전 전문공장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20일 수원공장을 출발한 직원들이 1시간 만에 광주 하남공단 공장 앞 마당에 도착한 헬기에서 내려 일터로 향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삼성광주전자가 스피드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생활가전 전문공장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20일 수원공장을 출발한 직원들이 1시간 만에 광주 하남공단 공장 앞 마당에 도착한 헬기에서 내려 일터로 향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삼성광주전자 공장 ‘백색가전 메카’로 뜬 비결은

《20일 오전 10시 30분 광주 하남공단 내 삼성광주전자㈜ 공장 앞마당. 미끈한 동체에 산뜻한 청색 디자인을 한껏 뽐내며 헬리콥터 한 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거센 프로펠러 바람을 뚫고 헬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흔히 상상할 만한 ‘VIP급 인사’가 아닌 작업복 차림의 공장 직원들.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광주공장을 바로 연결하는 이 헬기야말로 공간과 지역차를 뛰어넘는 ‘스피드 경영’의 상징이다.》

“샘플 직접작동 못하는 화상회의 한계 있어”

실무자 하루 두차례 헬기로 본사 드나들어

‘스피드 경영’ 효과 만점… 광주경제 효자로

○ ‘스피드 경영’으로 지역차 극복

삼성광주전자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1989년 자동판매기를 시작으로 1995년 냉장고에 이어 2004년 삼성전자 수원공장으로부터 세탁기 에어컨 부문을 넘겨받았다. 단일 생산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백색(생활)가전’ 공장으로 떠오른 이 회사의 최대 고민은 수도권과 광주의 거리 차와 기술적 문화적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

단순 거리로는 300km에도 못 미치지만 그대로 둔다면 초 단위 이하를 다투는 전자업계 연구개발 특성상 양 지역의 편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결국 2004년부터 두 공장을 연결하는 부정기 헬기편이 뜨기 시작해 지금은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 수원과 광주를 왕복 운항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소속의 이 헬기(유로콥터사 EC155B1 기종)는 8명 안팎의 임직원을 태우고 자동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시속 274km의 속도로 1시간 만에 운항한다.

이날 프랑스 바이어 면담을 위해 광주에서 수원으로 날아간 이 회사 청소기개발그룹 오장근(46) 수석연구원은 수시로 헬기를 이용하는 ‘단골승객’ 가운데 한 명이다.

“자동차로는 왕복하는 데 8시간 가까이 걸려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소비하는 등 업무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헬기 운항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더욱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직접 왕복하지 않고 화상회의로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에 오 연구원은 “화상회의에서 시차(타임래그)는 인터넷 선로상의 전송속도로 인해 화상과 말소리가 늦게 전달되는 것”이라며 “가전제품은 결국 샘플을 만져보고 동작해 가면서 의사를 교환하는 것이 중요한데 화상을 통한 의사 전달에는 한계가 있어 헬기를 타고 가서라도 직접 대면회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인터넷 쇼핑 때 화면상의 이미지를 보고 옷을 샀다가 실물을 받아보고는 맘에 들지 않아 반품을 하게 되는 경우와 같이 화상전송으로는 실물과는 왜곡된 이미지가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 지역밀착 경영으로 현지화 성공

이 회사의 올해 매출 규모는 3조4000억 원 수준으로 생활가전 전문공장으로 개편하기 전인 2003년에 비해 2배 넘게 성장했다. 그 가운데 1조2000억 원이 수출 물량이다.

광주지역 전체 제조업 생산 및 고용규모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종전 13% 수준에서 최근에는 20% 수준으로 올랐다.

광주 전남지역 내 협력업체의 납품비중도 거래액 기준으로 60% 이상, 업체 수 기준으로는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지역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고속성장은 종전 수원공장 근무인력의 조속한 광주 뿌리내리기에서 힘을 얻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생산기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신속한 투입이 관건이었다”며 “이주인력의 경우 단순 주거의 문제를 넘어 낯선 지역에서 처음 느끼게 되는 ‘이질적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 필수조건이 안정적 주거에 있다고 보고 사택 제공과 함께 800여 명 수용 규모의 남녀 독신자 기숙사를 사내에 신축해 운영 중이다.

또 문화차를 극복하기 위해 ‘성전회’를 근간으로 한 사우회 활동과 각종 동호회 조직을 통한 취미활동과 적극적인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풀어 나갔다.

이 회사 채동석 부사장은 “고유가 고환율의 장벽을 넘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생활가전 생산메카로 성장하기 위해 스피드경영과 지역사회 밀착경영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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