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방침 발표후 시장 반응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이 발표됐지만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는 여전히 거래가 뜸하고 고객들의 문의 전화도 별로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23일 한 남성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이 발표됐지만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는 여전히 거래가 뜸하고 고객들의 문의 전화도 별로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23일 한 남성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강남권 일부 매물 거두고 호가 올려

“집값 계속 떨어지는데 누가 집 사나”

중개업자들 “거래활성화에는 역부족”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이 알려진 23일,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매물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 나온 급매물은 돈 문제 때문에 자금을 빨리 확보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종부세 때문에 나온 물건이 없어 종부세 완화 발표가 나와도 딱히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반응이라고 해 봐야 종부세를 깎아줘서 고맙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B공인 황모 사장은 “석 달 사이 전체 시세가 3000만∼4000만 원 내려 거래 자체가 뚝 끊겼다”며 “거래가 없으니 종부세가 완화돼도 매매 문의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호가 올리거나 매물 거두기도

일부에서는 종부세 부담에 집을 팔려던 계획을 접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조금씩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서초구 잠원동 Y공인 이모 사장은 “지인 중에 시가로 각각 12억 원, 8억 원인 아파트를 두 채 가진 60대 은퇴자가 있는데 종부세가 수천만 원이나 돼 연금의 대부분을 종부세로 냈다”며 “집을 정리하려고 고민하던 차에 종부세 완화 방침이 나와 계산해 보니 종부세가 수백만 원 수준으로 줄어 집을 팔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M부동산 전모 사장은 “매물을 내놓은 일부 고객 중에서는 호가(呼價)를 올리겠다는 분도 있다”며 “실제 정자동 126m²(38평) 아파트를 6억5000만 원에 내놓았던 고객이 아침에 종부세 기사를 읽고 6억9000만 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정자동, 수내동 일대 132m²(40평) 안팎의 아파트가 10개 정도 매물로 나와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이 거둬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종부세 부담 완화만으로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매매 문의는 없었고 종부세가 실제 얼마나 줄어드는지 묻는 전화만 서너 통 걸려 왔다”며 “집값이 계속 빠지고 있기 때문에 단지 종부세가 줄었다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 “비싸도 주거여건 좋은 집 1채 유리”

부동산 전문가들은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의 집을 살 경우 세금 부담이 줄어 이 가격대의 주택 구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종부세 완화로 중대형 고가 아파트의 매력이 커진 만큼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실수요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저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는 가격이 높아도 교통과 학군 등이 좋은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만,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다면 내년 7월부터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 요건이 강화되는 것을 고려해 그 전에 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박합수 PB부동산팀장은 “매도자들은 세금 부담 때문에 급하게 집을 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매도 시점을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등이 당정협의를 통해 정한 것으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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