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10곳 47조원 지급보증

  • 입력 2008년 9월 18일 03시 01분


자본금의 12배… 시행사 부도땐 연쇄부실 우려

“사모투자펀드의 부동산 개발금융 활성화 필요”

《대형 건설사 10곳이 개발사업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 등에 보증을 서준 규모가 47조 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개 건설사의 총자본금 3조8767억 원보다 12배 많은 금액이다. 개발사업 시행자가 부도를 내거나 대출 상환이 안 되면 ‘대형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보증의무 이행 요구→건설사 자금난 가중→건설 관련 대출 회수 분위기 확산→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경기 위축’ 등의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평상시 일반적이던 건설 지급보증 관행이 최근 건설 경기 위축과 맞물려 전체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로 떠오른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사모투자 펀드 등 부동산 금융을 발전시켜 지금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각종 건설사업의 리스크를 떠안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중도금 대출 알선해 주면서 보증

17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 두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급보증 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6조6214억 원이었다.

대우건설은 분양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 주면서 보증을 서거나, 개발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사업비를 빌릴 때 보증을 많이 서면서 전체 보증액이 11조5084억 원이나 됐다. 올해 건설경기가 부진했는데도 지난해 말에 비해 보증규모가 2000억 원 이상 늘었다.

SK건설은 일산킨텍스 개발사업, 대구 수성구 두산동 주상복합 건설사업 등 각종 개발 사업과 관련된 대출과 재개발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을 알선하는 과정에서 3조 원이 넘는 보증을 섰다.

한 건설사 자금담당자는 “중도금 대출의 경우 준공 후에 지급보증 의무가 사라지는 만큼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시행사가 사업비 대출을 받을 때 보증을 선 경우는 최근 미분양 사태로 시행사가 부도를 낼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 높아 부담

대형 건설사들은 요즘 보증을 서 준 시행사들이 부실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모 시행사는 최근 광주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하며 은행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2.5%나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렸다. 작년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금리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미분양이 많이 난 상태여서 대출금을 갚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시공사가 보증을 선 일부 사업장은 만기 연장이 안돼 부도 등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보증뿐 아니라 각종 소송도 건설사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2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데 전체 소송가액만 2022억 원이다. 지난달 이 회사는 금감원에 낸 반기 보고서를 통해 “소송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소송이 경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 건설 경기 부진할 때마다 불안

지금처럼 자금력이 취약한 시행사가 대출을 받는 주체가 되고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는 건설 경기가 부진할 때마다 일부 업체의 부실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쇄 부실 우려를 해소하려면 사모투자펀드가 자금을 조성해 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부동산 개발금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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