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아산 ‘정치의존증’ 버릴 때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현대아산이 조건식 전 통일부 차관을 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조 신임 사장은 선임 직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잘 풀리면 남북관계 전체의 물꼬가 트인다”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본보 29일자 B2면 참조
현대아산 임원 물갈이 ‘생존 승부수’


▶본보 28일자 A1면 참조
윤만준 현대아산사장 사임…후임에 조건식씨 선임될듯

현대아산은 최근 10년간의 남북교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선도하는 민족기업’이란 말이 회사 비전에 포함될 정도니까요. 이 과정에서 공과(功過)도 함께 있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올해는 금강산 관광 10주년이기도 합니다. 요즘 현대아산은 ‘이번 사건으로 10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전격 물갈이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이 회사의 허술한 안전관리나 안일한 사후처리를 보면 ‘과연 지난 10년간 제대로 공을 들여왔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현대아산의 연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마다 감사 의견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회사의 영업이 주로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특수성에 따라 영업성과가 북한과 우리나라 및 관련 국가들의 정치적 변동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 이후 “그처럼 특수하고 민감한 대북사업을 하는 회사 맞느냐” “너무나 아마추어스럽다”는 등의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군사경계지역 진입 방지용 철제 펜스를 좀 더 확실하게 치고, 관광객들에게 위험 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을 더 많이 세우고, 폐쇄회로(CC)TV를 제대로 설치하는 등의 작업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을까요.

대북 사업의 리스크(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보다 ‘어차피 우리 사업의 경제적 성공은 대북정책 기조 같은 정치적 요소가 좌우한다’는 막연한 인식이 ‘꼭 해야 할 일’조차 안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조 사장의 첫 업무는 사업 초기부터 정치에만 기대온 고질적 아마추어리즘부터 바로잡는 일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극약 처방이 철저한 반성과 점검을 토대로 현대아산을 건강하게 거듭나게 하는 좋은 보약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부형권 산업부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