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꽃피운 35년 찰떡궁합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경기 수원시 세화주식회사 직원들이 21일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신제품인 ‘크리스털 로즈’ TV의 베젤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경기 수원시 세화주식회사 직원들이 21일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신제품인 ‘크리스털 로즈’ TV의 베젤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 삼성전자에 TV부품 공급 ‘세화’ 르포

첨단 사출기술 공동개발… 세계최고 테두리 생산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있는 TV 부품 제조회사 세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이 회사의 공장에 들어서자 기관차 크기와 맞먹는 육중한 무인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기계에서는 영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TV 테두리(베젤)가 90초마다 1개씩 만들어져 나왔다.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전략 TV 제품인 ‘크리스털 로즈’에 사용되는 베젤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소 협력업체의 피나는 노력과 대기업의 상생 경영이 있었다.

○ 최고 제품 속에 담긴 중소기업의 노력

세화에서 생산하는 베젤은 삼성전자의 전자기술 못지않은 ‘명품(名品)’이다.

김태환 세화 사장은 “친환경 물질인 천연수지를 녹여 색깔을 낸 뒤 투명 베젤에 넣고 굳히면 빛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효과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 덕분에 크리스털 로즈 TV는 마치 크리스털 잔에 담긴 와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효과를 냈다. TV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신상흥 전무는 “이전 히트제품인 보르도 TV는 금세 디자인을 베낀 ‘짝퉁’ 제품이 나왔다”며 “하지만 고급 사출성형 기술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이 제품은 경쟁 회사에서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디자인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찾기 위해 ‘크리스털 로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베젤에 투명함과 색채를 동시에 표현하는 ‘TOC(Transparent Opaque Color)’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세화에 가능한지 물었다.

세화의 대답은 ‘예스’였다. 이중사출 기술이 필요했는데 아직은 완벽한 기술력을 갖추지 않았지만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 상생 기술경영으로 ‘윈윈’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세화는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업체다.

1973년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회사로 출발한 세화는 1980년대 ‘엑설런트 TV’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삼성전자 ‘파브’ ‘보르도 TV’ 등의 베젤을 제작해 왔다.

삼성전자와 세화의 기술 개발자들은 이중사출 기술이 발달한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전수받아 공동 기술개발을 해냈다.

삼성전자는 베젤을 찍어내는 금형과 대당 20억 원이 넘는 사출기계 수십 대를 마련한 뒤 이 중 5대를 세화에 무기한 임대했다. 세화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거치며 기술력과 설비 면에서 국내 최고 사출업체로 거듭났다. 영세한 3D산업으로 분류되던 사출업이 첨단기술 분야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출 기술이 이미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으로 인정돼 온 점을 고려해 직접 하기보다는 오랜 협력사인 세화와 손을 잡고 일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김상학 상무는 “중소기업은 부품 제조 기술로 역량을 인정받는 한편 대기업은 그 부품을 사서 조립하고 마케팅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세화와 삼성전자의 오랜 협업도 그런 기본적인 서로의 역할에 대한 존중과 상생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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