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횡령도 고발 안해… 公기관 자정능력 마비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 ‘자체 감사’를 감사해보니

음주운전 - 성매매도 ‘쉬쉬’

징계하더라도 규정 이하로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공기업과 중앙부처, 광역자치단체의 자체감사 운영실태에서는 공공기관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공금을 횡령한 직원을 형사고발하지 않고 자체 징계로만 무마하고, 성매매나 음주 뺑소니 등의 범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관은 “자체 징계위원회가 부당한 감경 처분을 내려도 감사실에서 재심사 요청도 하지 않는 등 공기업의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46곳 공공기관을 감사해 30건의 내부통제 미비 사안을 적발했다.

대한주택공사는 직원이 전세지원금 72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고발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또 검찰이나 경찰의 통보 문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도 음주운전을 한 직원이 경찰의 음주운전 사실 통보 문서를 총무과 문서팀에서 빼돌릴 수 있을 정도로 문서를 허술하게 관리하다 적발됐다. 음주운전 직원은 문서를 빼돌렸지만 징계 처분을 받지 않았다.

한국산업은행은 성매매를 한 직원이 경찰에 붙잡혀 그에 관한 통보문서가 회사에 도착했는데도 이를 접수대장에 기록도 하지 않은 채 관련 부서 팀장이 서랍 속에 보관하다 적발됐다.

한국토지공사는 직원 3명이 호텔 객실료를 과다 지급한 뒤 차액 400만 원을 돌려받아 임의로 사용한 사실을 발견하고도 징계 규정에 나와 있는 정직 처분이 아닌 주의와 경고 등으로 가볍게 처분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기능9급 공무원은 2005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회계서류를 조작해 운영경비를 많이 인출하는 방식으로 1억9700여만 원을 횡령해 가족 병원비로 사용하는 등 유용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그가 사후에 횡령금액을 모두 갚았다는 이유로 고발 조치하지 않고 자체 종결 처리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소속 직원이 관내 초등학교 2곳에 근무하면서 총 1억57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으나 역시 횡령 공금을 갚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한 것은 감사실이 독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존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독립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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