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 ‘스마트 옷’으로 부활의 노래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한국봉제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마우스 기능을 갖춘 스마트의류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움직이자 컴퓨터 화면의 포인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봉제기술연구소
한국봉제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마우스 기능을 갖춘 스마트의류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움직이자 컴퓨터 화면의 포인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봉제기술연구소
14일 오전 대구 북구 노원동 한국봉제기술연구소.

한 연구원이 입고 있는 잠바의 가슴 부위에 손을 갖다대고 손가락을 움직이자 옆에 있는 노트북컴퓨터 화면의 포인터가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이동했다. 손가락으로 옷을 두 번 툭툭 치자 컴퓨터 안에 있는 문서가 열렸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코오롱글로텍 연구소. 이 회사 연구원들은 곧 상품으로 내놓을 발열(發熱) 의류를 최종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이 의류는 전도(電導)성 고분자를 코팅한 ‘히텍스(HeaTex)’ 섬유를 이용해 발열은 물론이고 자유롭게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제품이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침체된 국내 섬유산업을 살릴 것으로 기대되는 첨단 스마트 의류의 개발 현장을 찾았다.

▶본보 12일자 B3면 참조
스스로 따뜻해지는 ‘스마트 옷’… 코오롱, 올가을 세계 첫 출시

○ 상용화 얼마 남지 않아

봉제기술연구소 회의실의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스마트 의류를 입은 마네킹 10여 개가 진열돼 있었다. 이미 기술개발은 상당히 진척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단계였다.

생활에 유용한 대표적인 스마트 의류는 심장박동 모니터링 스포츠웨어. 직물 위에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정보기술(IT) 기기가 연결된 형태였다.

비밀은 직물에 있었다. 전도사(電導絲·전기가 흐르는 실)로 옷을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IT 기기를 붙이면 특수한 기능성 의류가 만들어진다.

이들 의류는 응용 범위가 넓다.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노인들의 심박, 체온 등을 상시적으로 체크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충전 의류는 태양전지를 직물에 덧입혀 휴대전화 등 소형 IT 기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홍제 봉제기술연구소 본부장은 “스마트 의류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폭발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라며 “한국은 섬유와 IT가 모두 발달했기 때문에 세계 스마트 의류 시장을 석권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 개척은 과제

제일모직과 코오롱 등 기업들도 스마트 의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스마트 의류에 대한 산업적 분류가 미비해 어떤 코드로 제품 등록을 해야 하는지 아직 불명확하다. 가령 심박 모니터링 스포츠웨어를 의류와 의료기기 중 어느 쪽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면 안정성 테스트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소비자 반응과 시장 규모도 미지수다.

정재석 제일모직 상품개발팀장은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000벌은 생산해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로 팔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소와 기업 모두 스마트 의류의 잠재력이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나상민 코오롱글로텍 기술연구소장은 “일반 의류는 중국의 저가(低價) 제품에 밀릴 수밖에 없어 고부가가치의 첨단의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제품 출시 후 1년 정도 지나면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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