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이자에 놀란 중산층 예적금 깨고 보험 해약까지 ‘비상’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고정형 금리 9% 넘어서… 1억 대출때 年이자만 918만원

시중은행들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잇달아 9%대를 넘어서면서 집을 사려고 목돈을 빌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지출까지 늘어나자 예금, 적금, 보험 등을 해약하거나 급전을 쓰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서민도 늘어나고 있다.

○ 고정형, 변동형 금리 동반 상승

20일 국민은행은 이번 주에 적용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23%포인트 높은 연 7.68∼9.18%로 고시했다.

이는 2002년경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가 분리된 이후 국민은행의 고정형 금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고정금리로 1억 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이자만 918만 원을 내야 하는 것.

신한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7.94∼9.34%로 지난주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주보다 0.20%포인트 오른 연 7.41∼8.87%로, 우리은행은 0.24%포인트 오른 연 8.00∼9.10%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고시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형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2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 초보다 연 0.20%포인트 높은 연 7.34∼8.29%로 인상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 연 6.25∼7.75%, 국민은행은 6.31∼7.81%로 변동형 금리를 고시해 지난주보다 각각 0.15%포인트, 0.11%포인트 높였다. 우리, 신한은행도 연 6.45∼7.75%와 연 6.55∼7.95%로 각각 0.11%포인트 인상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강종만 연구위원은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최근의 금리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전체 가계대출의 61.1%를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연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예금·적금 해약, 급전대출 늘어

A전자업체 정모(40) 차장은 정기예금의 만기 1년을 앞두고 최근 해지했다. 지난해 경기 용인시에 아파트를 사면서 빌린 대출금 1억2000만 원의 이자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교육비, 생활비, 유류비가 오른 상태에서 이자 갚기가 힘들고 집값까지 떨어져 어쩔 수 없었다”면서 “가족이 들고 있는 보험도 일부 해지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 차장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은행권의 예금, 적금, 보험의 중도해약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예금 적금 중도해약 건수는 올해 상반기(1∼6월) 중 54만9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건가량 늘었다.

은행에 맡겨둔 예금 적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은 서민이나 중소 자영업자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주로 이용하는 상품.

최근 이런 상품을 이용하거나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의 예금 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5월 말 8103억 원, 6월 말 8293억 원, 7월 16일 현재 8341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일반 직장인이 생활비 등으로 급한 돈이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마이너스통장의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액은 4월 1조 원에서 5월 1조2000억 원, 6월 1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늘어나자 이를 결제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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