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잘 지키는 게 버는 거야”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대우조선해양 보안관리팀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면 ‘작전’에 들어간다. 기술 유출이 의심되는 직원들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직원들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작업은 야간에 이뤄진다.》

32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원유 시추선 관련 핵심 기술이 중국인에 의해 유출될 뻔한 사건이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뒤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보안시스템은 정보기술(IT)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선, 철강 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 보안시스템 ‘국가정보원급’으로 상향 조치

대우조선은 지난주부터 사내(社內)에서 생성된 문서를 e메일을 통해 회사 외부로 보내려면 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직원들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모든 문서는 암호가 걸리기 때문에 승인 없이 보내면 글자가 깨져서 받는 사람이 읽을 수가 없다. 암호는 팀장 승인을 받아야 풀린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전직 직원들이 핵심 기술을 빼내려다 적발돼 검찰에 구속된 후 남상태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보안 담당자들이 국정원에서 단체로 보안교육을 받기도 했다.

김봉엽 대우조선 보안관리팀 부장은 “기술을 지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4월부터 방문객의 휴대전화에 바코드 프로그램을 설치해 카메라 기능을 정지시키고 있다. 국정원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스티커로 봉인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보안이 강화된 조치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설계도면을 인쇄할 때 삼성 로고가 워터마크로 표시되도록 하고 있다. 설계도면에 워터마크가 들어가 있어야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설계도면이 삼성중공업 것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술 유출 막기 위해 파업도 불사

포스코는 현재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개인 문서 한도를 100MB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안 강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기술 관련 문서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런 중요 문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홍보기간을 거쳐 1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M&A)된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외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업까지 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제조회사인 비오이하이디스 노조는 4월 회사를 인수한 대만 프라임뷰인터내셔널 측과의 노사 협상에서 이 회사가 보유한 LCD 분야의 특허기술 3200개를 대만 모(母)회사로 이전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에서 제시안을 거부하자 80일간 파업을 한 끝에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박광진 개인정보보호지원센터장은 “기업 내부 통제와 개인정보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통합 보안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 양성과 보안사고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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