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황소같았던 증시, 임계 심리마저 주저앉아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물리학에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라는 용어가 있다. 핵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우라늄이 필요한데

바로 이 최소한의 질량을 임계질량이라고 말한다. 물리학에서 탄생한 개념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임계’라는 말이 필요한 사례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동력이 임계동력일 것이고, 동대문시장의 상인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팔아야 하는 하루 최소한의 판매금액을 임계매출액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증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세 상승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힘이 필요한 법이다.

증권시장을 움직이는 최소한의 힘은 바로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되면 미래가 밝게 보이기 마련이고 자연히 기대심리도 상승하게 된다. 기대심리가 상승하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개인은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나선다. 이렇게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면 추가이익이 나지 않을 때까지(종종 과열로 끝나지만) 증시는 자동으로 ‘고(Go)’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기대심리가 완전히 꺾인 상황이다. 꺾인 정도가 아니라 공포 영역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얼마 전만 해도 주가가 하락하는 날이면 펀드로 돈이 유입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자취를 감췄다.

그뿐만 아니라 분명 손해를 많이 봤을 것 같은데도 추가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해지를 하는 투자자들도 슬슬 나타나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을 말릴 재간은 없다. 배럴당 150달러를 바라보는 유가, 6%를 넘는 금리와 치솟는 물가, 그리고 3%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경제성장률 등 정말 매 앞에 장사 없다.

증권시장이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가 됐다. 다우너 소가 힘을 불끈 쓰는 황소가 되려면 상당한 휴식 기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도 주식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좋은 주식들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까지 떨어졌기 때문도 아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비관론으로 돌아설 때가 ‘증시 바닥’이라는 격언을 믿어서도 아니다.

글로벌 경제는 1,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더욱 튼튼한 체질로 진화해 왔다. 잠시 장애물을 만났지만 21세기 들어 가속화되는 글로벌 부(富)의 확산은 멈출 수 없는 대세다.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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