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사상최고의 태풍… 석유화학 제품값 미풍, 왜?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아직 석유화학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크게 뛰지 않았다. 주유용 기름을 빼면 유가 폭등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중동 국가의 원유 생산에서부터 삼성전자의 보르도TV 제조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유가 충격이 어떻게 흡수되는지 살펴봤다.》

○ 원유 및 나프타 ‘약 2배로 급등’

3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40.3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평균 가격인 69.68달러보다 2.01배로 올랐다.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을 뽑아낸다. 이 중 중요한 것은 나프타다.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은 나프타를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나프타를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도 부른다.

나프타 현물의 3일 국제거래가격은 배럴당 135.96달러. 지난해 7월 평균(75.32달러)에서 1.81배로 뛰었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나프타 가격은 지역적인 수급과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소폭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유가와 80% 이상 연동돼 있다”고 말했다.

○ ABS수지 ‘29% 상승’

나프타를 분해하면 부타디엔이라는 원료가 나온다. 여기에 아크릴로니트릴과 스티렌모노머(SM) 등 석유화학 부산물을 섞으면 ABS수지가 된다. ABS수지는 보르도TV 외장재의 핵심 원료다.

ABS수지는 가공하기 쉽고 충격에 강할 뿐 아니라 내열성(耐熱性)도 좋아 전자기기 부품, 자동차 부품, 헬멧 금속 대용으로 사용된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범용 ABS수지 가격은 t당 2180달러. 지난해 7월 평균(1668달러)보다 30% 올랐다.

협회 관계자는 “부타디엔과 아크릴로니트릴 가격은 1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올랐지만 SM은 19% 정도 오르는 데 그쳤고, ABS수지도 국제 수요가 다소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내(耐)스크래치수지 ‘소폭 하락’

ABS수지에 폴리메틸메타아크릴레이트(PMMA)를 혼합하면 내스크래치수지가 되는데, 이 내스크래치수지를 성형 틀로 찍어낸 것이 바로 보르도TV의 외장재다.

제일모직은 2005년 세계 최초로 내스크래치수지를 개발했는데, 도장(塗裝) 처리하지 않아도 고급스러운 광택을 내고 흠집이 잘 나지 않는다.

제일모직 측은 “내스크래치수지 가격은 지난해 6월보다 소폭 떨어졌다”며 “주요 원자재인 PMMA 가격이 세계적인 공급 과잉 때문에 많이 떨어진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40인치 보르도TV(모델명 40R81DD) 가격은 124만 원. 1년 전(226만 원)에 비해 거의 절반 가격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제품이 다양한 단계를 거쳐 생산되고, 단계마다 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 등으로 유가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이상이면 그 충격은 예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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