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불안해하는 지금이 투자할 때”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 ‘강세장의 여제’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 애비 코언

《미국 뉴욕 월가에는 ‘애비 효과(Abby effect)’라는 말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지프 코언(사진) 씨의 발언이 뉴욕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용어다. 때로는 뉴욕 증시가 그의 말 한마디에 춤을 추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씨와 함께 뉴욕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코언 씨를 1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만났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세미나에 참가한 11개국 16명의 기자와 함께한 자리였다.》

5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코언 씨의 외모와 몸놀림에는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특히 코언 씨는 월가를 대표하는 낙관론자로 유명하다. 1990년대 미국 뉴욕 증시의 장기 호황을 예견해 명성을 떨쳤다.

그는 “1990년대에 내가 내놓은 강세장 전망은 미국 경제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으며 정확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낙관주의자나 ‘강세장의 여제(女帝)’보다 ‘가장 정확한 전망가’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언 씨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미국 기업은 신흥 경제국의 성장에 발맞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총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 밖에서 거둘 가능성이 있다. 미국 노동생산성의 성장세와 우수한 교육시스템도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분석가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온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끝나갈 무렵인 2001년 8월 투자자들에게 “증시로 돌아가라”고 전망했다가 9·11테러로 증시가 추락하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주가가 추락하는 과정에서도 낙관론만 고집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언 씨는 지난해 12월에 “S&P 500지수가 1년 뒤 1,675까지 회복될 것이며 주식투자 비중을 75%까지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가 3월 S&P지수가 1,200대에서 지지부진하자 수석 투자전략가에서 선임 투자전략가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언 씨는 여전히 낙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불안해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투자해야 할 때”라며 “모든 사람이 태양은 항상 빛난다고 확신하고 있을 때에는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불안 때문에 경기후퇴를 겪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미국 경제는 단 한 분기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1,360대인) S&P500지수는 1,500 선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언 씨의 전망은 기업실적 부진과 경기 침체, 소비 감소 등으로 대부분의 미국 애널리스트가 올해 증시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것과 대조적이라 주목된다. 코언 씨는 “한국 증시와 경제 전망을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는 “특정 시장에는 코멘트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뉴욕=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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