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세계 각국 동시에 몸살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기름값 올라 못살겠다” 유럽-아시아 시위 확산

요즘 프랑스 고속도로는 이른바 ‘달팽이작전’이라는 화물운송업자들의 고유가 항의 저속운행 시위로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선 차량을 불태우는 폭력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인도에선 학교가 문을 닫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인상의 압박이 세계 주요 도시를 시위현장으로 바꾸고 있다.

▽전 세계가 고유가 시위로 몸살=고유가의 영향이 직접 미치는 화물운송업계의 생계형 파업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 트럭운전사들의 파업이 식료품 공급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최대 도매업체인 마드리드의 메르카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메르카바르나에서는 신선한 고기, 생선, 과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출어를 포기한 어민들의 시위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기름이 없다는 안내판을 붙인 주유소도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이른다.

이탈리아 운송업체들은 이달 말 5일간 파업을 벌일 예정이며 영국에선 다음 달 2일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포르투갈에서도 11일 열린 집회 참가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파업의 강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항공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포르투갈의 리스본 공항은 13일부터 긴급 항공기나 군용기 등을 제외한 다른 항공기의 급유를 중단했다.

아시아에서도 이 같은 생계형 시위는 예외가 아니다.

최근 휘발유 값을 41%, 경유 값을 67% 인상한 말레이시아에선 소비자들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1일 전했다.

베트남의 공장 노동자들은 줄지어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고 일부 노동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비가 싼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는 각종 보조금 지급, 저소득층에 대한 식량쿠폰 지급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생존전략에 골몰하는 업체들=일시적인 감세나 식량쿠폰 지급 등 각국 정부의 단기적인 처방에 실망한 업계는 각자 생존전략 모색에 나섰다.

일본 참치 원양업자들이 결성한 ‘일본 가다랑어·참치 어업협동조합’은 소속 어선 250척 가운데 20%의 조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최근 전했다.

세계 굴지의 석유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은 12일 미국 내 주유소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치솟는 유가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엑손모빌 브랜드를 내건 미국 내 주유소는 1만2000여 곳에 이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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