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증권株, 벼랑탈출 그날은…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수수료 인하-신규사 진입-거래대금 하락 ‘악재’

“수익원 다변화한 곳은 하반기 성장세 보일 것”

《최근 증시에서 증권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19만7000원으로 20만 원에 육박했다가 6개월여 뒤인 이달 12일 10만1000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상황이 이러하자 미래에셋은 9일 자사주 25만 주를 이달 13일부터 9월 12일까지 석 달간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이 중 5만 주를 13일 매입해 주가는 전일 대비 4.95% 올랐지만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다른 증권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같은 날 기준 8만1300원에서 13일 4만3000원으로 3만8300원(47.1%) 떨어졌다. 한화증권도 같은 기간 68.8%, 삼성증권은 35.1% 떨어졌다. 같은 시기 코스피지수가 13.3%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증권주의 추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

○ 경쟁 심화로 증권업계 수익성 하락

상반기(1∼6월)에 증권주가 약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보다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수수료 인하경쟁, 신규 증권사 진입 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전체 증권사 영업수익의 48% 정도는 거래수수료 수익으로 증권사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대투증권이 4월에 온라인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15%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은 잇달아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내렸다. 아직 수수료 인하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3분기(7∼9월) 수익에 그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달 9일 8개 증권사가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앞으로 증권사들 사이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상반기 증시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줄어든 것 역시 수익을 줄였다. 6월 첫째 주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8000억 원, 지난해 10월 첫째 주 10조5000억 원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거래수수료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펀드 판매수수료도 줄었다. 상반기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펀드 가입자 수 증가율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 수익 다각화가 생존의 과제

하반기(7∼12월)에도 뚜렷한 상승동력이 없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고민이다.

경기에 민감한 증권업의 특성상 지금 같은 장세가 지속되면 적어도 3분기까지는 계속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SK증권 김용현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거래대금이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면서 “하반기에 반등 모멘텀을 찾기 전까지는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들의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체 수익에서 거래수수료 비중이 높지 않고 수익원을 다양하게 개발한 증권사라면 하반기에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고 자산운용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증권사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심화를 통해 증권사 중 일부가 제대로 된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성용훈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1975년 수수료 자유화를 극복한 우량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며 “증권사 신설, 수수료 인하 등 현재의 경쟁이 IB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성 연구원은 “지금은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판매채널을 늘리고 있는 미래에셋이나 자산관리로 경쟁력을 쌓는 삼성증권 등 대형주 위주로 하반기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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