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코리아’ 자산”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LG전자 최초 외국인 최고 마케팅책임자 보든 부사장

“한국인 시장경쟁에 익숙하고 상당히 공정

값-품질보다 ‘정서적 관계’가 마케팅 목표”

요즘 LG전자를 보면 ‘거대한 실험장’ 같다.

대표적인 제조회사가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최고경영진 ‘C레벨’에 4명의 외국인을 잇달아 임명하는 ‘인사 실험’도 하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며 올해를 ‘사내(社內) 영어 공용화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 실험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이 주도하지만, 실무적 변화의 중심에는 LG전자 최초의 외국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더모트 보든(50·사진) 부사장이 있다.

“언어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LG전자의 영어 공용화 정책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세계는 한국말을 공용어로 쓰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보든 부사장에게 ‘영어 공용화의 효과’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글로벌 기업에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였다.

LG전자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그가 꿈꾸는 ‘LG 브랜드’의 미래는 무엇일까.

“저는 콜라를 살 때 펩시와 코카콜라 중 고민하지 않고 코카콜라를 삽니다. 그건 가격 때문이나 품질이 아니라, 저와 코카콜라 사이에 오랫동안 형성돼온 ‘정서적 관계’(Emotional Relationship) 때문입니다. LG와 소비자 간에도 이런 정서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보든 부사장은 미국 존슨앤드존슨에서 13년, 화이자에서 11년간 마케팅 업무만 담당해온 마케팅 전문가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필요하면서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콕 찍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매우 기뻐하고 만족해할 것”이라며 “LG 제품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한 소비자는 다음에도 TV나 휴대전화를 살 때 LG부터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시장 경쟁에 매우 익숙해 요구 수준이 높고 까다롭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많이 지불하기 때문에 상당히 공정하다(fair)”며 “LG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한국인과 아일랜드인은 ‘어려운 역사를 겪어왔고 열정적이고, 때로는 감정적이며 술도 좋아해’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는 동료들과 ‘폭탄주’도 여러 번 마셔봤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만 폭탄주를 마시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더군요.”(웃음)

그와의 1시간 반가량의 인터뷰는 “다음에 만나서 폭탄주 한번 같이 마시자”는 ‘한국적인 약속’으로 끝났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