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돋친 국제유가 날개 묶인 항공산업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외 항공업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제교역 및 여행객 증가로 호황을 누리던 항공사들이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감원(減員)과 감편, 신규 항공기 주문 연기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한동안 싼 운임을 무기로 국제 항공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킨 저가(低價) 항공사 중에는 기존 항공사보다 운임을 올릴 여지가 높지 않아 문을 닫는 곳도 나오고 있다.》

○ 구조조정에 나서는 외국 항공사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콘티넨털항공은 5일(현지 시간) 전체 직원의 7%인 3000명을 감원하고, 내년까지 유류 소비가 많은 구형 항공기 67대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콘티넨털항공은 항공유 가격이 1년 전보다 75% 이상 올라 올해 유류비 지출이 23억 달러(약 2조346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유나이티드항공도 4일 같은 이유로 직원 1100명을 줄이고, 구형 항공기 100대를 팔기로 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또 2004년에 만든 저가 항공사 ‘테드’의 문을 닫기로 했다. 유가 급등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운임 인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아예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호주 항공사인 퀀태스나 영국의 영국항공도 유가 급등 대처 방안으로 노선 및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다.

주문한 새 항공기를 인도받는 시기를 연기한 항공사도 있다.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최근 에어버스에 주문한 A320 항공기 21대의 인도 시기를 최대 6년 늦췄다. 내년부터 2010년까지 2년 동안 21대를 인수하기로 했다가 고유가 부담으로 인수 시기를 2015년으로 늦췄다.

○ 국내 항공사도 영향권에 들어

대한항공은 전체 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1분기(1∼3월) 37%에서 2분기(4∼6월)에 약 5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연초 2조5000억 원으로 예상한 올해 유류비 지출이 5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감편과 운임 인상에 나섰다.

또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보유한 항공기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수익성이 낮은 중국 지역 6개 노선은 감편 및 운휴 조치를 내렸다. 특히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15일에서 3개월가량의 무급 휴직을 하기로 해 인력 감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탑승 실적에 따라 무료 탑승권을 주거나 좌석 등급을 올려주는 마일리지를 일정 기간만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조만간 도입하기로 하는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 중에는 사업을 접거나 인수합병(M&A)되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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