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상담 고수들이 말하는 ‘불만 제로의 기술’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8분


‘예쁜 NO’는 이렇게…

기업들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목표는 ‘불만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이 기업에 악감정을 품으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의 민원을 거절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기왕이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LG그룹 계열사에서 고객들과 매일 접하는 애프터서비스 기사나 상담원을 교육하는 강사 4명에게서 일상 비즈니스에도 통용될 수 있는 ‘불만 처리의 기술’을 들어봤다.

이들은 “상대의 불만에 대해서는 맞장구치며 다 듣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요청사항을 들어줄 수 없을 때는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내 책임 아니다”식이면 역효과

LG파워콤 엑스피드센터 김은선(32) 대리는 “고객의 요청사항 중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들어준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때로는 상담 내용과 상관없는 것도 들어줘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절하기 쉽지만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 민원 사례로 ‘인터넷 선을 설치하러 집에 올 때 두부 한 모 사다 달라’고 한 고객을 들었다.

서비스 기사는 고객 요청대로 두부를 사갔지만, 고객은 다른 두부로 바꿔 오라고 했다. 기사는 다시 고객의 요구대로 다른 두부를 가져다줬다. 고객은 ‘설마 했는데, 진짜 사올 줄 몰랐다’며 감동하면서 주변에도 LG파워콤 이용을 권했다고 한다.

김 대리는 “일반적으로 고객의 불만에 대해 상담원이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사항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고객이 있을 수 있다.

LG텔레콤 CS리더 조숙영(34) 훈련실장은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는 약속보다는 당장의 거절이 낫다’는 격언도 있듯이 말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우기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이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처음부터 안 된다고 잘라 말하기보다 맨 마지막에 이를 얘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멀리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등으로 고객 마음을 움직이고, 고객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뒤 마지막에 거절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 고객에 공감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LG전자 서울아카데미파트 김정인(32) 강사는 고객 불만에 대해 “저런,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라는 식으로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세탁기가 시끄럽다’는 불만이 제기되면 일단 사과부터 하고 고객의 불만을 내 일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을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나름대로 불만으로 대개 화가 난 상태에서 매장을 찾아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정적인 보상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무슨 얘기냐, 고객이 잘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화를 돋울 수 있습니다.”

그는 “성의 있게 불만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이 일정 부분 누그러질 수 있다”고 했다.

공감에 그치지 않고 불만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LG화학 HS고객지원팀 허지영(37) 과장은 “고객의 요청 사항이 불가능하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베란다 등에 설치될 창이 늦어져 주문했던 고객이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제조 공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왜 늦어지는지를 고객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허 과장은 “제품 계약 전 고객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고객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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