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커지는 오일쇼크 위협… 에너지 영토를 넓혀라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원 빈국(貧國)’인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7위의 석유 소비국이지만 석유·가스 자주개발률(국내 소비량에서 자체 생산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채 5%도 안 되는 실정이다.

‘제3차 오일쇼크’가 점점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에너지주권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총성 없는 자원전쟁의 현장에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물론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민간 정유회사들이 험난한 자원개발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멀고도 먼 자원개발의 길

세계 자원개발의 현장에서 한국의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기만 하다.

미국 석유산업 주간 정보지인 PIW(Petroleum Intelligence Weekly)에 따르면 세계 100대 석유기업(2006년 말 기준)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SK에너지와 석유공사로 순위는 각각 76위, 98위였다.

이는 세계 4위의 석유기업인 토탈을 보유한 프랑스의 원유 자주개발률이 86%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자주개발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기업의 대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산유국으로부터 유전을 분양받을 때 하루 생산량 등 에너지기업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공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5만 배럴에 불과하지만 외국 석유 메이저들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400만∼500만 배럴에 이른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석유공사의 대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과 SK에너지가 최근 본사 조직을 개편하고 해외지사를 대폭 늘린 것도 세계 자원개발의 현장에서 ‘덩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페루 캄보디아 러시아… 탐사 광구 계속 늘려

SK에너지는 2006년 8월 페루 88광구와 56광구에서 개발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판로 확보에 성공했다.

미국 헌트오일과 SK에너지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페루LNG컴퍼니가 스페인의 석유회사인 렙솔-YPF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이에 따라 페루의 수도인 리마 남부 해안에 있는 팜파 멜초리타 지역에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바꾸는 대규모 플랜트 건설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페루 가스전 사업을 포함해 SK에너지가 석유나 가스를 생산 또는 개발, 탐사하고 있는 광구는 16개국 29곳에 이른다.

이 회사가 처음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나선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미국 코노코사(社)와 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한 지 25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GS칼텍스의 해외 자원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03년 미국 셰브론사로부터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에 대한 탐사권 가운데 15%를 인수하면서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 이후 러시아와 태국,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탐사광구를 계속 늘리고 있다.

특히 탐사정 시추가 진행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이남 광구는 이미 생산 중이거나 탐사에 성공한 초대형 유전에 인접해 있어 석유 발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지상유전’을 확보하라

에쓰오일은 SK에너지나 GS칼텍스처럼 직접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 수준의 중질유 분해시설을 보유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질유 분해시설은 저급(低級) 원유를 정제할 때 대량 생산되는 벙커C유를 100% 가까이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고급 원유 대신 비교적 수급이 원만한 저급 원유의 정제 효율과 부가가치를 대폭 높인다는 점에서 ‘지상(地上) 유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2개의 중질유 분해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GS칼텍스도 경질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3중질유 분해시설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0년 말 완공까지 모두 3조∼3조1000억 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고도화비율 측면에서 국내 정유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GS칼텍스는 예상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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