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명주식 거래 차익에 양도세 포탈혐의 검토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특검, 차명계좌 1300여 개 확인… 삼성 대응 고심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차명 주식 거래 차익의 처벌 수위를 놓고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특검팀 내부에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으나 “수사가 끝나지 않아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탈세냐? 탈루냐?=삼성 측은 그동안 고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의 사재(私財)를 차명 계좌로 분산시켜 계열사 지분에 투자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특검팀 일부에선 삼성 측 논리대로 차명 자금의 실소유주를 이 회장으로 볼 경우 이 회장은 양도소득세 포탈이라는 함정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명 계좌 주식이 모두 이 회장 소유라면 개별 차명 계좌의 모든 주식 거래는 대부분 대주주 지분의 거래로 인정된다. 대주주 지분의 주식 거래는 모든 거래 차익에 대해 20∼30%씩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조세 포탈이 아니라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것으로 단순한 탈루(세금 누락)가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조세 포탈로 처벌하려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과세관청을 속이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명 계좌 분산이라면 처벌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확인된 차명 계좌 1300여 개=특검팀이 확인한 차명 계좌는 최소 1300여 개, 확인된 차명 자금은 수조 원대에 이른다.

차명 계좌를 시인한 임원은 6명에 불과하지만 특검팀에선 추가 자백이 없어도 나머지 계좌 모두를 이 회장이 실소유한 차명 계좌로 보고 있다. 차명 계좌 수십 개씩에 ‘0000’ 등 허술한 비밀번호가 똑같이 부여돼 일괄적으로 관리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그렇게 판단된다는 것이다.

▽삼성의 대응은=우선 삼성은 회사 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을 차명 계좌에 분산해 계열사 지분에 투자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비자금 조성과 운용에 관여한 전략기획실 임원 등에 대한 대규모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실제 2004년 대선 자금 수사 때도 이학수 부회장 등은 이 회장의 연루 가능성을 차단하며 ‘책임’을 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장고(長考)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쪽이나 회사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인정하는 쪽 모두가 부담스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정하면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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