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종 ‘동아줄’ 잡고, 수입업종 ‘지뢰밭’ 신세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원화 가치 급락…울고 웃는 증시

《최근 원-달러, 원-엔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나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이에 따른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을 제대로 구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요즘처럼 증시가 불안정해 적절한 투자대상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의 혜택을 많이 보는 수출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판 뒤 달러로 바꿔 해외로 내가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도 해외에 지불할 달러의 수요를 늘려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엔화가치가 급등한 것은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세계적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잘된다. 이 때문에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업종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키움증권 박희정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종은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원-달러 환율 상승의 혜택을 많이 볼 것”이라며 “이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율은 삼성SDI, 삼성전기, LG전자 순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 때의 수혜-피해 업종
수혜 업종피해 업종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통신장비, 화학, 건설석유정제, 음식료, 시멘트, 항공·해운, 미디어·레저, 은행
자료: 대신증권, 키움증권

반도체 업종은 원화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진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고 원재료는 많이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 조선 업종은 한국과 일본이 해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약세를 보여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달러화로 표시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을 일본 차보다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들 업종은 이 기간에 상당한 실적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3, 4월은 외국인이 주식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송금하는 시기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나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외화로 진 빚이 많거나 최근 가격이 급등한 유류, 원자재 등을 많이 수입하는 업종은 요즘 같은 환율 상황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 중 하나가 한국전력이다.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엔화 부채가 815억 엔이나 돼 원-엔 환율이 10원 오를 때 81억 원의 외화환산 손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은행, 항공, 시멘트 업종 등도 환율 약세기의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외국인 선호 업종인 은행 업종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 외화로 대출받은 고객이 환차손을 입어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연료 수입 비중이 높은 항공, 해운 업종도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요즘처럼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 수혜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환율의 혜택을 받더라도 미국 경기가 계속 침체돼 한국 기업의 수출 자체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글로벌 시장의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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