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조세 역차별 없앤다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7분


외국기업에 깎아준 세금 4년간 2조2229억원

외국 기업에만 세금을 깎아줘 국내 기업이 역(逆)차별을 받는 현재의 조세감면 체계가 개편된다.

외자(外資) 유치를 위해 1999년 도입돼 매년 4000억∼60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주던 외국인 대상 조세감면제도가 9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산업규제를 풀기로 한 데 이어 조세의 역차별을 해소하려는 것은 국내 대기업이 역차별 탓에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려 일자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다. 재계는 그동안 “외국 기업과 토종 기업 간에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해 왔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조세연구원은 ‘외국인 투자 조세지원제도 개선방안’ 최종 보고서를 지난달 재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내국인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부가 맡긴 용역과제다. 재정부는 이 보고서가 제시한 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축소 안을 올 하반기에 마련될 세제개편 안에 담되 외국인 투자가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의 외국인 대상 조세지원액은 2004년 이후 4년간만 해도 2조2229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지원액만 6337억 원으로 2006년보다 2000억 원 이상 늘었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최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세혜택을 줄이고 있고,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자국민과 같은 조건으로 대한다.

재정부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외투기업 조세감면 조항에 5년 안팎의 일몰 규정을 둬 감면 항목을 점차 줄이고, 꼭 필요한 외국인 투자에 한해 현금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현행 감면제도는 모든 외국인에게 세금을 깎아주지만 보조금으로 대체하면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업만 고를 수 있고 지원 액수에도 차등을 둘 수 있다.

또 법인세율을 크게 낮춰 홍콩처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정책상 없애기 힘든 감면혜택은 국내 기업에도 같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홍범교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과의 근접성 등 입지적 조건”이라며 “감면조항을 축소한다고 해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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