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암초… MB노믹스 ‘험난한 출발’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추락하는 달러… 유가 금값 최고치 행진

《달러화 가치의 급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더욱 추락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화폐 가치도 떨어진다.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원유와 금 등 실물자산의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물가 상승, 경상수지 악화, 성장률 하락이라는 트리플 악재에 노출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9일 임명장을 받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팀은 출범 직후부터 위기관리능력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 달러 가치 최저치 행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유로당 달러화의 환율은 미 뉴욕외환시장에서 28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0.65%(0.0098달러) 오른(달러 가치는 떨어진) 1.5215달러에 거래됐다. 이로써 달러-유로 환율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522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달러화는 이날 유로뿐 아니라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거래됐다.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가치 하락 추세가 계속되면서 유로당 1.55∼1.58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중동 등이 달러화 보유를 기피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유가 100달러, 금값 1000달러’ 시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로 거래되는 유가와 금값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투기 자금 유입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2.25달러 급등한 배럴당 102.59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 약세에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값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0.7%(6.50달러) 오른 온스당 967.5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지난해 31%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3% 급등한 것이다.

○ 한국 경제, 세 마리 토끼 놓칠까

국제유가와 금값 상승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

우선 원유 수입 비용이 올라가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매년 큰 폭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상수지 주름살이 깊어질 수 있다.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이미 1월에 26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작년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1월 적자폭은 1997년 1월의 31억3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크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도 들썩거리고 있다.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9%로 4% 선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경기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얼마나 완충 역할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원화 가치 상승은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높은 물가와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는 소비 부진과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진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거의 전 부분에서 악재를 만난 셈”이라며 “규제 완화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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