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O.1]“체질도 글로벌화” 삼성 LG 세계로 뛰어들다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해외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다. 이들은 최근 들어 경영뿐만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의 근본 체질까지도 글로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삼성전자, ‘서울 시계’를 ‘글로벌 시간’에 맞춰라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서 어떤 조직문화와 인재를 확보하고, 해외 마케팅 전략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것은 ‘조직 DNA’를 글로벌화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삼성전자의 한 임원)

삼성전자는 1999년 ‘글로벌마케팅실(GMO)’을 신설했다. 한국 본사 위주로 진행되던 제품 개발과 판매, 마케팅, 브랜드 관리 조직을 글로벌 수준으로 변화시킨 상징적 조치였다.

연구개발(R&D)과 디자인도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를 추진했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상하이 등에 잇달아 디자인센터를 세웠다. 중국에 3곳, 인도와 일본에 1곳씩 R&D센터도 설립했다.

주로 단순 업무만 담당하던 현지 채용 외국인들을 재무 기획 R&D 같은 요직에 중용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본사의 근무 체제도 서울 시간이 아닌, 글로벌 시간에 맞춰 변모했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시행해 온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가 2000년부터 글로벌 파트너와의 업무 특성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로 진화한 것이다.

최근 들어선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2005년부터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는 서울 본사처럼 대졸 신입사원을 공채하고 있다. 해외법인도 ‘소규모 수시 채용’ 방식으로는 우수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6개국 124개의 법인 및 지사에서 약 5만9000명의 외국인 인력이 일하고 있다. 현지 상황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으로 유명한 삼성전자는 올해 ‘2008 중국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명실상부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 LG전자, “한국인의 혈관에 ‘글로벌의 피’가 흐르게 하라”

삼성의 글로벌화가 이처럼 거의 10년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돼 왔다면, LG전자는 지난해 1월 남용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글로벌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업본부별 해외사업의 경영실적까지 상세히 밝혔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당연한 조치 아니냐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부문별 글로벌 실적까지 공개한 것은 국내 대기업 중 LG전자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요즘 ‘영어를 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말 최초의 외국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미국 화이자 출신의 더모트 보든 부사장을 임명했고, 올해 1월에는 IBM 출신인 토머스 린턴 씨를 최고구매책임자(CPO)에 앉혔다.

한 임원은 “요즘 고3 수험생처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에게 비공식 업무 보고를 하면서 통역사를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82개 해외법인장 중 최소 30%를 외국인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법인장만큼은 한국 본사에서 파견하던 관행을 과감히 깨겠다는 것이다.

‘한국 본사’란 개념마저 없앴다. 미국법인(LGE US) 영국법인(LGE UK)처럼 한국법인(LGE KR)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남용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진출한 120여 국가에서 완전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몇 년 후면 LG전자가 한국 회사인지, 미국 회사인지, 영국 회사인지 모를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실행 사례 및 방안
삼성전자LG전자
-1999년 글로벌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실(GMO)’ 설립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개발(R&D)과 디자인 개발 ‘현지화’에 주력. 런던 도쿄 샌프란시스코 뉴욕 파리 밀라노 상하이 등 7곳에 디자인센터 설립
-2000년부터 글로벌 수준에 맞춘 ‘탄력 근무제’ 도입
-2005년부터 해외 각지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
-현재 56개국의 총 124개 법인 및 지사에서 5만9000명의 외국인 임직원 근무 중
-2006년 글로벌 물류전담조직인 ‘글로벌 로지스틱스’팀 신설
-2007년 1분기(1∼3월)부터 해외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기준으로 실적 발표.
-2007년 말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올해 초 최고구매책임자(CPO)에 외국인 부사장 임명
-사내(社內) 인트라넷의 한국 관련 조회 내용(근무지 등)도 전부 영문으로 표기
-‘한국 본사’ 대신 ‘한국 법인(LGEKR)’으로 표현
-2010년까지 82개 해외법인장 중 30%를 외국인으로 임명한다는 목표 수립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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