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권준모 넥슨 대표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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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권준모 대표는 “국내 온라임게임 역량은 세계 미디어산업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이에 탄력을 줄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넥슨 권준모 대표는 “국내 온라임게임 역량은 세계 미디어산업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이에 탄력을 줄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권준모 넥슨 대표

“기존 매스미디어의 세계 중심이 할리우드였다면 앞으로 ‘인터랙티브(상호교류) 미디어’의 세계 중심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세계 온라인 캐주얼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넥슨의 권준모(44) 대표는 23일 “인터넷TV(IPTV) 같은 미래의 미디어는 모두 쌍방향 서비스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전제로 개발되는 온라인 게임은 이 분야의 ‘기본 문법’이 될 수 있는 만큼 게임강국 한국에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서울대 학부 시절부터 심리학을 전공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고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로 일하다 게임회사 대표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교수 재직 당시 게임물 등급 및 시상 심사 등을 맡은 것이 인연이 돼 게임과 게임산업을 본격 연구했다.

2000년에는 학생들의 창업경연대회 출전을 지도하다가 학생들과 게임회사를 차려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삼국지 무한대전’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당시 회사를 업계 3위에 올려놓을 만큼 ‘대박’을 냈다. 그 회사가 넥슨과 합병되면서 그는 넥슨의 대표가 됐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는 사람과의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넥슨의 대표 게임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장르에 집중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은 단순한 재밋거리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라고 봐야 해요. 이를테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빠와 서울에 있는 아이가 함께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며 채팅을 한다면 교감이 높아지겠죠.”

이런 넥슨 게임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메이플스토리는 49개국에 진출했고, 카트라이더는 최근 중국 동시 접속자 수 8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에서는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북미, 유럽뿐 아니라 브라질 등 남미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넥슨의 10여 개 게임이 6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전 세계 회원수는 3억 명에 이른다. 권 대표는 “한국 젊은이들이 만든 게임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는 건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게임 산업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해외 게임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우리만큼 준비된 경쟁자가 없어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안 좋다 보니 국가 지원이 많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그는 “게임 수출액은 영화의 20배인데 정부의 예산 지원은 오히려 영화 지원액 500억 원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온라인 게임 수출이 매년 30∼40% 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계의 아카데미상이나 그래미상처럼 게임계의 글로벌 어워드를 우리가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온라인 게임의 메카가 된다면 해외의 유수 개발 스튜디오들도 국내로 모여들 겁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담당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한 권 대표는 “새 정부는 게임산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느낌을 받았다”며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이 탄력을 받고, 넥슨의 온라인 캐주얼게임시장 글로벌 넘버원 자리도 지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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