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지 않은 경매사는 살아 남기 힘들 수도 있다.

  • 입력 2008년 1월 22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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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프라인 미술품 경매를 지켜보다 보면 투명하지 않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의 출처 불명, 감정사 불명, 감정 내역 불명, 추정가 결정자 불명, 추정가 결정 내역 불명, 낙찰자 불명 등, 투명하지 않은 경매인해 초보 미술품 수집가나 투자가들에게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

입찰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무조건 오프라인 경매사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되고 있지만 해결된 것은 없다.

KBS 진품 명품코너의 감정사들은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고, ‘이 작품은 어떠하고 어떠해서 감정가 얼마다’라고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감정하고 이를 지상파 방송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경매사의 감정 방법은 감정사들의 신변문제로 비공개 감정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비공개 감정을 하는 감정사를 감정사라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감정하는 과정을 밝히지 못할 정도로 감정에 자신이 없고 소신이 없다면 감정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감정은 두 번째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추정가를 누가 정했고, 왜 그 추정가가 나왔는지가 없다. 위작논란 중인 45억원에 낙찰된 빨래터도 추정가 문제가 심각하다.

어느 날 출처불명의 미공개작의 추정가가 35억~45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누가 이 가격을 정했는지, 왜 이러한 추정가가 되었는지, 논리적인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경매사의 말만 듣고 추정가 35억~45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45억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모든 문제는 투명성 부족으로 생겨난다. 미술품 빨래터가 45억 원에 낙찰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투명한 점이 없다. 위작의 유무를 떠나 낙찰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도 공개되지 않았다.

‘빨래터’의 경매를 진행한 해당 경매사가 투명하게 경매를 진행했다면 낙찰자와 낙찰자가 입금한 45억 원의 내역을 공개하고 원 소유자였던 미국인에게 작품 대금으로 송금한 41억 원의 내역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세무 당국은 돈이 오간 내역이 정확한지, 세무신고를 바로 했는지 등을 조사를 해야 한다. 해당 경매사는 위의 금융내역만 밝혀도 도의적 책임은 면할 것이다.

내부자거래 감시법이 없는 현재와 같은 경매는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야 한다. 투명하지 못한 오프라인 경매가 존재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매사의 대주주인 A화랑과 B은행이 있고, B은행이 펀드를 만들어 놓았다고 가정을 해 보자.

A화랑 종속화가의 100만 원짜리 추정가 미술품 한 점을 500만원에 경매를 내놓고, B은행 펀드가 1천 만원에 낙찰 받은 식으로 몇 점을 이런 식으로 더 받았다고 하자.

그리고는 언론에 블루칩 화가니, 인기화가니, 가격지수가 어떠하니 하고 홍보를 하고 미술품 시장의 큰손들에게 ‘블루칩 화가인 C모 화가 작품을 힘들게 한 점 구했는데 보시겠습니까?’하고 수십 점을 팔았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너무나 쉽게 가격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가격 조작을 감시할 어떠한 기구도 없다. 모든 것이 투명하지 못하여 발생되는 문제인 것이다.

몇 해 전, 고(故)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회장이 평생 모아온 작품 수천 점을 인천시에 기증했다. 그러나, 진정한 미술품 애호가이자 기부 문화를 실천한 그런 분의 컬렉션에서 47%가 위작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위작을 판매한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해 보라. 지금 1건의 위작 시비가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경매사들은 이러한 투명성, 공개 감정 등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유명인들 소장 작품이라면서 경매만 강행하고 있다. 부자들이 소유한 작품, 유명인이 소유한 작품이라고 해서 위작이 아니라는 법이 없다. 고(故) 이회림 회장의 경우가 이를 증명한다.

추사 김정희 서예작품 100여 점이 경매로 판매되었다. 이중 대부분이 위작 의혹이 제기되어 있지만 경매사들은 투명성을 보장하는 그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화랑협회도 투명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지적을 했던 부분이다. 화랑 종속화가 작품가격 끌어 올리는 내부자 거래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작품을 파는 판매업자, 경매사, 화랑이 위작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파는 행위, 수십 년 뒤에 진품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작품을 파는 행위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팔지 말아야 할 것을 팔면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기고 :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

<본 기고의 내용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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