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새로운 10년’에 달렸다]<5>금융 영토 확장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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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한국 금융의 앞날이 안개 낀 서울 여의도 하늘처럼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금융인재 육성과 사업모델 다각화가 시급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한국 금융의 앞날이 안개 낀 서울 여의도 하늘처럼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금융인재 육성과 사업모델 다각화가 시급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글로벌 ‘돈의 전쟁’ 격랑… 1만 전사 양성하자

《2004년 9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의실에서 만난 박현주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했지만 펀드매니저를 국내에서 찾기 힘든 현실이 안타까웠던 것. 당시 그는 “장기 비전을 갖고 금융의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은 금융 인재 확보와 해외 진출에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를 통폐합하는 외형상 구조조정은 끝났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내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금융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사업 모델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업종 특성 맞게 사업 모델 차별화

우선 금융 관련 전문 인력이 없으면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 거래와 기업 인수합병(M&A) 등 첨단 금융업을 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가 밝힌 금융 인력 기초통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국내 금융회사 종사자 가운데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전체의 19.5%였다. 공인회계사나 재무분석사 등 금융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은 1.2%에 그쳤다.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에선 34.1%가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고 2.1%가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2006년 전체 61개국을 대상으로 한 금융 인력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을 최하위로 평가했다. 홍콩(3위)과 싱가포르(13위)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우수한 인력이 대거 외국계로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M&A 업무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은 “금융기법이 지금보다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2015년에는 전문 인력이 1만 명가량 부족할 것”이라며 인력 풀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체 금융회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사업의 유형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998년 8월 일어난 투자신탁회사에 대한 대량 환매 사태는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채 모든 투신사가 수탁액 확대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또 2002년 이후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매달린 결과 가계 부채가 급증해 부실 위험이 커지기도 했다.

이처럼 한 가지 사업모델에 금융회사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금융회사뿐 아니라 전체 경제가 불안해지는 만큼 업종과 규모에 따라 영업 전략을 차별화하는 게 좋다.

예컨대 국민은행 같은 대형 금융회사는 해외 진출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이나 온라인뱅킹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 비전 재정립해 위험에 맞서야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은행들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만 의존해 영업했고 그 결과 더는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과 관련해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위험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금융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들은 대출이나 주식 중개 등 전통적 분야에 비해 수익이 많이 나는 투자은행(IB) 분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세계적 투자회사들이 △M&A △기업공개 △자기자본투자 등의 IB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반면 국내 금융회사의 IB 수준은 아직 초보 단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M&A 절차를 간소화해 대형 IB가 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관련 사업에 전략적으로 국내 IB업체를 참여시켜 실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실물경제와 동반성장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금융의 영역을 넓히는 건 좋지만 실물경제와 별개로 금융만을 독자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낸 ‘금융산업의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강국을 지향하는 싱가포르의 경우 주식시가총액과 대출금 등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금융발전지수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금융과 실물의 동반 성장을 강조해 온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등의 금융발전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한 포럼에서 “금융회사들은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 사업 기회를 찾아 달라”고 주문한 것도 실물경제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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