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10]자원봉사 10% 늘리자<下>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코멘트
“휴대전화 이렇게 쓰세요”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부터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휴대전화 활용교육’. 자원봉사에 참가한 직원이 휴대전화 사용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휴대전화 이렇게 쓰세요”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부터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휴대전화 활용교육’. 자원봉사에 참가한 직원이 휴대전화 사용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불우 어린이들과 과학 체험 기업들의 자원봉사가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LG전자가 1년에 네 차례 진행하는 ‘주니어 과학교실’의 수업 모습. 사진 제공 LG전자
불우 어린이들과 과학 체험 기업들의 자원봉사가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LG전자가 1년에 네 차례 진행하는 ‘주니어 과학교실’의 수업 모습. 사진 제공 LG전자
기념사진용 “NO”… 기업 맞춤형봉사 밀물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 일하는 김진호 연구원은 1년에 네 차례 초등학교와 보육원을 찾는다.

회사가 마련한 ‘주니어 전자 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2005년부터 어린이를 위해 ‘과학 선생님’이 됐다.

그는 “매일 연구만 하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 과학체험 교육을 하면 뿌듯하고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며 “과학교육 자원봉사는 연구원에게 가장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전자 사회공헌사무국 윤정준 대리는 “전자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린 자원봉사 활동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며 “직원의 전문성을 살린 자원봉사는 호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CJ그룹 산하의 멀티플렉스 CGV는 2004년부터 ‘나눔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산간벽지와 저소득층 밀집 지역 등 영화관을 찾기 힘든 지역과 계층을 대상으로 영화를 무료로 보여준다.

영화 상영에 필요한 영사기 스크린 이동차량 음향시설 등 장비의 운반과 조작은 자원봉사에 나선 CGV 직원이 맡는다.

○이제는 맞춤형 자원봉사

기업의 자원봉사가 확산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사마다 특색 있는 내용에 눈을 돌린다는 점.

연말연시에 보육원과 양로원을 찾아가 생활용품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 찍고 오는 방식은 이제 찾기 힘들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 그룹이라는 특성을 살려 재난 구호차량을 갖춘 전문 봉사단을, SK텔레콤은 소외 계층 노인을 위한 ‘어르신 휴대폰 활용 교육’을 만들었다.

현대·기아차 사회문화팀 신진원 과장은 “기업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특화시켜 온 조직”이라며 “이런 기업운영 방식이 자원봉사에도 접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대 경영학과 노현균 교수는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이 자원봉사의 ‘양’이 아닌 ‘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고민 끝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는 경영의 일부

2007년 세밑, 기업의 송년회와 종무식 테마는 대부분 ‘태안’이었다.

충남 태안군 기름유출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줄지어 30만 명. 여기에는 단체로 자원봉사에 나선 기업체 임직원이 상당수 포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원용득 부장은 “국내 주요 기업 중 태안에 자원봉사를 가지 않은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자원봉사는 기업의 특수한 행사가 아니라 경영 활동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지난해 6월 1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기부활동에 대한 의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적·물적 기부처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으로 ‘회사 사회공헌 사업과의 연관성’을 꼽았다.

원 부장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임직원들이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것이 자원봉사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사회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회사의 특성에 맞는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차원 높은 자원봉사를 위해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업의 자원봉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시민단체 기업의 연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종규 기업사회공헌연구소 소장은 “기업이 가진 전문 인력과 조직관리 노하우에 정부 및 시민단체의 자원봉사 경험을 결합하면 한 차원 높은 자원봉사가 가능하다”며 “이는 기업 시민단체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에게 먹을거리를 지원하는 ‘푸드 뱅크’ 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연계한 대표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푸드 뱅크’의 기획과 운영은 정부가 담당하고, 먹을거리 제공과 운반 등의 물류 시스템은 식품업체가 담당한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김통원 교수는 “선진국처럼 기업, 정부, 비정부기구(NGO)의 연계를 강화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 사회적인 자원봉사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上〉‘세상을 바꾸는 작은 손’ 희망을 보았다
- 〈下〉기념사진용 “NO”… 기업 맞춤형봉사 밀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