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부티크, 해외 명품과 맞짱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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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최근 압구정 본점 3층 여성의류 매장에 국내 부티크 브랜드를 수입 명품 의류와 맞서 배치했다.

손정완을 비롯해 미스지, 양성숙, 강희숙, 미스박 등 국내 부티크 브랜드들이 버버리, 말로, 센죤, 레오날드, 레코팽, 막스마라 등 수입 명품 의류와 마주보는 구조다.

국내 부티크 브랜드들이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백화점 측이 고객이 자주 찾는 수입 명품 의류 맞은편에 매장을 배치한 것.

21년째 ‘미스박’ 숍 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조금희 매니저는 “처음에는 우려도 했지만 오히려 국내 부티크 브랜드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들이 국내에 속속 들어오면서 ‘선생님’ 이름 석 자를 내건 국내 부티크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수입 명품 의류의 매출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국내 부티크 브랜드는 1∼2%대에 그치고 있다.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백화점 매장 내 국내 부티크 브랜드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경우 2002년 31개였던 국내 부티크 브랜드 입점 수가 현재 26개로 줄었다. 수입 명품 의류 입점 수는 32개로 오히려 많다.

40, 50대 부유층 고객들이 같은 가격이면 디자인이 앞서는 수입 명품 의류를 택하면서 국내 부티크 브랜드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내 1세대 디자이너의 주고객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소비력을 상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부티크 브랜드들도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최근 매장 새 단장과 함께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맞춤 제작 노하우를 교육했다. 현대백화점 염지훈 MD(상품기획자)는 “제품 선택의 폭이 좁은 수입 명품 의류에 비해 국내 부티크 브랜드는 고객 취향에 맞출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기성복이지만 맞춤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춰 피부색과 체형에 맞게 사이즈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원단, 소매 모양, 단추 색깔까지 선택할 수 있다.

‘손정완’은 제품군을 기존 상하의 정장 위주에서 패딩 잠바나 진, 니트 등 단품 위주로 다양화했다.

‘미스지’는 세계적인 마네킹 개발업체인 ‘푸치’에 의뢰해 매장 앞에 전시할 마네킹을 모두 교체했다. 미스지 관계자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고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마네킹부터 무표정 일색인 국내산 마네킹 대신 해외에서 직접 주문 제작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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