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등 4개 은행 내년 새 신용평가모델 도입 추진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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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율 낮춰 잡아 리스크 관리 문제” 논란

내년 1월 새로운 은행 리스크관리체계인 ‘신BIS협약(바젤2)’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승인 신청을 한 자체 신용평가모델이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도 은행들의 자체 신용평가모델에 문제가 있다며 승인을 주저하고 있어 바젤2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바젤위원회 회원국이 아니어서 은행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마련하지 못해도 구속력 있는 제재를 받진 않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관리 후진성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6일 신용평가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 등 4개 은행은 외환위기가 지난 뒤인 2001년 이후의 기업 부도 통계만을 토대로 한 신용평가모델을 제출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와 유사한 자체 평가모델을 준비해 4개 은행의 승인 신청이 어떻게 결론 날지 주시하고 있다.

바젤2가 시행되면 차주(借主)가 부도를 내는 확률인 부도율에 따라 차주별로 신용등급을 달리 매기고, 이 등급에 따라 은행이 대출할 때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의 규모가 달라진다.

부도율이 높으면 차주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은행이 자기자본을 많이 쌓아야 하는 반면 부도율이 낮으면 자기자본을 적게 쌓아도 된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은 외환위기로 부도율이 높았던 1997년과 그 직후의 부도 관련 자료를 뺀 채 신용평가모델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바젤2는 ‘최소 5년간의 부도 자료를 이용하되 더 오래된 자료가 있으면 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은 올해 초 한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은행들은 장기(長期) 부도 자료를 사용하라는 바젤2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의 부도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0.58%를 나타낸 뒤 매년 감소세를 보여 2005년에는 0.56%까지 떨어졌다.

은행으로선 부도율이 2%를 넘지 않았던 2001년 이후 자료만을 쓰면 차주의 신용등급을 높게 매길 수 있어 바젤2 도입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등급을 실제보다 후하게 매겨 부실기업을 제대로 걸러 내지 못하는 등 위기에 취약할 수도 있다.

은행들은 “멀쩡한 기업이 망하곤 했던 1997년 당시의 부도율까지 평가에 반영하면 예측성이 떨어지는 등 모델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시기의 실체는 ‘멀쩡한 기업’으로 알던 부실기업이 예고 없이 일시에 무너진 것”이라며 “같은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평가모델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새 리스크 관리체계 관련 쟁점 및 각계 주장
쟁점: 차주 신용평가 때 적용하는 부도율 산정기간
은행신용평가업계 및 금융연구원
-2001년 이후 5년간의 부도율 통계만을 근거로 하면 됨
-신BIS협약에서도 최소 5년간의 자료를 활용 토록 함
-외환위기 기간의 부도율 통계를 넣으면 평가 모델의 예측성이 떨어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의 부도율 통계를 근거로 해야 함
-신BIS협약에서는 최소 5년간의 자료를 이용하되 더 오래된 자료가 있으면 이를 반드시 사용토록 함(외환위기 당시 부도율 있음)
-외환위기 기간의 부도율 통계를 넣어도 예측성을 높일 수 있음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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