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 1년 새 최고 67% ↑… 관련업체 삼각구도 신경전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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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업체“수입가 인상 반영했을 뿐”

식품업체“제품 가격도 인상 불가피”

대형마트“원가-이익분 다 공개해야”

《CJ제일제당이 올해 9월 밀가루 출고 가격을 제품에 따라

12.9∼15.0% 올린 데 이어 이달 7일에도 24∼34% 추가 인상하면서 제분, 식품, 유통 등 관련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분업계는 밀가루 출고가를 이미 올렸지만 대형 할인점에서 납품가 인상을 최소화할 방침이어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라면과 제빵업계는 원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섣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 할인마트, 납품가 인하 압력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출고가 인상 이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 이번 주 납품 가격 인상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국제 원맥 가격이 크게 올라 출고가를 인상한 만큼 오른 가격으로 납품을 받아 달라는 주장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이번 인상 이전 출고가로 대형 할인점에 밀가루를 납품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공급하는 밀가루 출고가는 올렸지만 힘이 센 대형 할인점과는 일일이 가격 협상을 벌여 납품 가격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

가격 협상 요청을 받은 대형 할인점들은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 요인은 받아들이겠지만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분업체가 이윤을 늘리려고 올린 부분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제 원맥 가격 추이와 제분업체가 선물거래를 통해 싸게 들여온 원맥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 원가구조를 찬찬히 들여다본 뒤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원가구조는 영업 비밀인 만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납품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빵-라면 업체 ‘벙어리 냉가슴’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라면이나 빵 제조업체들도 원가부담이 늘어나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 저항과 업체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인상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라면회사인 농심은 내부적으로 인상 폭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올해 3월 제품 가격을 평균 7.4% 올린 것이 부담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제품 값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소비자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상품으로 공급하는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PL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원가 압박이 크지만 이마트의 저가 정책 때문에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제빵업계는 동종 업체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빵 업체인 SPC그룹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기린 등 나머지 중견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1위 업체가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나머지 업체는 가격을 올릴 수 없어 경영난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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